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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르빠 Apr 30. 2024

보쌈김치가 가르쳐준 엿장수의 철학

깍두기, 보쌈김치, 맛김치가 종류대로 들어 있는 김치세트를 선물로 받았다. 모 교수님이 타슈켄트 의과대학교(Tashkent Medical Academy) 세미나에 참석하러 오는 길에 가져온 것이다. 


김치를 사러 가스피탈리 시장의 한국인 반찬 가게에 두 번이나 들렀다 번번이 문이 닫혀 되돌아섰던 적이 있던 터라 반갑기 그지없었다. 선물 받은 날 저녁에 바로 보쌈김치부터 시식을 해보았다. 밥숟갈이 한결 가벼웠다. 의무감으로 먹는 밥과 맛있어 먹는 밥의 차이를 느꼈다. 


오래전 방송되었던 모 방송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가진 뮤지션으로서의 고아한 철학과 자유로운 음악적 영혼을 강조하기 위해 극도로 긴장한 채 서 있는 오디션 참가자들에게 무대를 즐기라는 망발을 하염없이 쏟아내던 그들을 시골 장터의 엿장수 같다고 생각했다. ‘네가 지금 어떤지는 난 모르겠고, 엿이나 드세요’라고 철퍼덕철퍼덕 가위질을 해대는 엿장수 같았다.  


근데, 보쌈김치 이후 그들의 말이 맞는 거 같다. 

최소한 먹는 것에 있어서는 즐기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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