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장소에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음식점에 들어서자 주인이 몇 분이냐고 물었다. 두 사람인데 한 사람은 조금 있다 올 거라고 했다.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만나기로 한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죄송하다며 20분 정도 늦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나도 마침 그 정도 늦을 것 같으니 서두를 필요 없이 오던 대로 오라고 했다. 그리고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은 것 같아 음식점을 나와 주변 골목길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러다 후배의 예상 도착 시간에 맞추어 지금 막 도착한 것처럼 허겁지겁 음식점에 들어섰다. 미리 와 있던 후배에게 "아! 미안 미안!, 오다가 누굴 좀 만나 가지고... 오랜만이야!"라며 인사를 건넸다.
즐거운 저녁 자리였다. 그런데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내게 후배가 새삼스럽게 "선배님, 소주 한잔 따라 드릴게요" 했다. 주인아저씨가 내 얘기를 해주었단다.
후배도 나중에 어디선가 이럴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나도 전에 어디선가 본 글을 비슷하게 한번 따라 해 본 것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