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비가 이렇게나 오는지. 누구의 아픈 가슴에서 씻어내야 할 사연이 그렇게 많은지.
아니면,
한 개만 편 우산 속에서 연인들의 머리를 맛대게 하는 비인가.
메마른 광야를 지나는 사람들의 타는 목마름을 달래주려는 비인가.
떠난 사람의 흔적을 추억 속으로 실려 보내려는 비인가.
내리는 비는 내리더라도,
홍제천의 징검다리는 넘치지 않게 해 다오. 그곳에는 다리 건너 비 갠 세상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있다.
내리는 비는 내리더라도,
바람은 불지 말아 다오. 그곳에서 먹이를 찾아야 할 다리 긴 흰새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