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혀 두었던 사진 속의 낯선 청년 하나가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고 있다.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자신이 앞으로 얼마나 허겁지겁 살게 될지를 모르는 청년은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다.
청년이 맞이했던 미래는 내겐 추억이 되어 있고, 청년이 꾸었던 꿈은 내겐 아쉬움이 되어 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여워하지 말라고 했는데, 속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젠 속지도 않고 아쉬움도 남기지 않을 새로운 꿈을 꾸어야겠다. 그리고 그 꿈을 추억으로 간직할 훗날의 나를 위해 사진 한 장 찰지게 찍어 두어야겠다.
그때는 사진 속의 내가 낯설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