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르빠 Jun 24. 2024

길게 우는 새끼 새

어미새는 새끼새를 떠나보내면서 두 가지 당부를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산 밑의 인간세상에는 가지 말고, 자신이 다시 보고 싶으면 산 중턱의 옹달샘으로 오라고.


그러나 인간세상에 다녀온 친구새들의 이야기는 새끼새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곳에는 먹을 것이 넘쳐나고 밤이면 아름다운 불빛이 반짝인다고.


호기심을 억누르던 새끼새는 인간세상에 가보기로 했다. 새끼새의 눈 아래 펼쳐진 인간세상은 친구새들의 말 그대로였다.


먹을 것은 널려 있었고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은 밤을 잊게 만들었다.


한 번만의 방문으로 새끼새는 돌아가는 길을 잊고 말았다. 높이 나는 법도 잊고 말았다. 그래도 새끼새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텅 비어야 할 새끼새의 뼛속에 기름이 차고 독한 빗물에 깃털마저 빠지면서 잎이 듬성듬성한 가로수 가지에서 숨죽이는 밤을 보내야 했다. 귀를 찢는 버스의 소음은 영혼을 뒤흔들고, 밤새 꺼지지 않는 불빛은 새벽녘의 얕은 꿈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어디서 온 지 알 수도 없는  낚싯줄은 발목을 움켜잡았다.


새끼새는 그제야 깨달았다. 그곳은 자신을 위한 곳이 아니고 인간을 위한 곳도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그곳의 인간들도  자신처럼 날고 싶어 한다는 것을.  그래서 날개 달린 인간을 그려놓고 천사라고 한다는 것을.


새끼새는 어미새가 보고 싶어졌다. 발목에 감긴 낚싯줄을 끊어 내고 다시 날 수만 있다면 옹달샘으로 가고 싶어졌다.


그곳에서 어미새가 "어구, 내 새끼 고생 많았지?"라고 한다면 새끼새는 온 산이 떠나가게 목놓아 울 것 같았다.



처마 밑에 잠시 앉았던 새 한 마리가 미처 감상을 마무리하기도 전에 후드득 날아가버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