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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르빠 Jul 05. 2024

어느 하늘 아래 피곤한 몸을 누일까

공원 맞은편 벤치 두 개가 파란 하늘을 뒤로한 채 허허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누구를 기다리는지,


지하철 엘리베이터처럼 제멋대로 흘러가는 인생에 갈 곳 몰라 갑갑해하는 사람들, 


치밀하고 건조하게 돌아가는 생존 경쟁의 톱니바퀴에서 매몰차게 퉁겨져 나온 사람들,


 고기 점 맛보려면 구석기인처럼 돌도끼를 움켜쥐고 사슴보다 빨리 뛰어야 하는 사람들,


단내 나는 입으로 고객님, 고객님 하며 내 기분보다 남의 기분 맞추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


해괴한 진상을 임금님께 진상하듯 떠받들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


세상에 가득한 그런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공원 벤치의 기다림과는 반대로 까치 몇 마리만 퍼덕이고 있다.  


거친 세상의 물결이 공원으로 밀려들지 못하게 돌담으로 막아 놓아도

고단한 일상의 굴레가 사람들의 발길을 묶어 두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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