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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준 Feb 03. 2022

재회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퇴근을 하고 역 근처 골목 흡연구역에서 담배 한 개비를 폈다. 꽁초를 툭툭 털어버린 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전철을 탔다. 운 좋게 자리에 앉아 가고 있는데 1시 방향에서 누군가가 내 쪽을 힐끗힐끗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원체 밖에서 사람을 잘 쳐다보지 않는 나라서 시선이 느껴져도 그냥 무시하고 마는 편인데 그 찰나의 시선에선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질 않았다. 왔다 갔다 마치 택견을 하듯 움직이는 동공의 실타래를 따라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는 듯, 눈동자를 돌려 올려다본 곳에서 난 굉장히 낯익은 얼굴을 마주쳤다.



재작년 4월. 지금이 1월이니 정확히는 1년 9개월 전, 연인과의 아름다운 헤어짐이란 말이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전부 따분한 몽상 속의 핑곗거리에 불과할 뿐 그런 건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분히 당황스러운 헤어짐에 난 내 성격을 온전히 반영하여 차분하게 받아들였지만 몇 시간이 흘렀을까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 다시 울린 카톡 채팅창의 알림은 차분한 내 성향에 여러 개의 금을 그었다.



다시 꽤나 길고도 짧은 시간이 지나가면서 어느 정도의 기억들은 미화되어갔다. 오전에 가끔씩 울리는 앤 드라이브의 알림이 한몫했음은 분명하다. 아주아주 가끔이지만 종종 그냥 한 번 길을 지나다 마주쳤으면(물론 인사라든지 아는 척은 하지 않겠지만) 하는 생각이라든지, 한 번쯤은 잠시 스쳐 지나가며 그때의 공기를 보고 싶다든지 하는 생각은 있었다.



지하철 같은  길어봐야 불과 2미터의 간격은 생각보다 길었고, 재작년의 관계를 회상하는 속도보다 당장 내려야  종착역에 가까워짐이  빨랐다. 확실한  띄엄띄엄 자리 잡았던 생각이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자리 잡혀 있었다는 것. 힐끗힐끗  쳐다보던  시선과  시선이 나란히  줄에 걸쳐졌을  누가 먼저라  것도 없이 나도 반대쪽도 황급히 가장 가까운 줄을 끊었다. 시선도, 공기도, 간격도 모든  동시에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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