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는 사람 가탁이 Jun 04. 2023

푸르름에 눈 베인, 여기는 우도

# 9 올레길 1-1코스 230602 밝고 맑음

이곳에서의 시간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오늘이 몇 월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
오로지 일어서서 걷게 만드는 새로운 길이 있을 뿐.

눈을 뜨기 전부터 창으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전날과는 180도 달라진 날씨가 놀랍다. 이 날씨라면 어제저녁처럼 자본적인 도움(마르지 않는 빨래 때문에 세탁방 건조기를 이용했는데, 와우 뽀송뽀송한 것이)이 필요하지 않았을 텐데 역시 때로는 자연보다 자본이 필요할 때도 있구나 생각했다.

새로운 얼굴이 많이 보이는 아침이었다. 첫 코스부터 행복하겠구나.,

우도로 가는 배편 예약을 위해 인적사항 확인을 하는 과정이 여러 번 반복되었다. 나이가 있어 보이는 가이드의 완전 수작업 방법이 문제였고, 일행 중 어느 분이 이름을 불러서 탑승자 확인을 해보라고 조언을 해주시면서 잠깐동안의 소란은 마무리되었다. 감사인사로 우도에서 땅콩아이스크림을 사드리겠노라 가이드가 약속했는데 지켜졌는지 모르겠다.

저녁이 문제였는지 아침이 문제였는지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차멀미로 속이 편치 않았다. 무릎도 소리를 내고 시큰거리기 시작했고.

성산포항에서 15분 정도 배를 타고 하우목동항에 도착했다.


어김없이 4~5시간을 걸을 것이냐 약간(?)의 문화적 혜택을 누릴 것이냐 민하다가 전기자동차를 타고 이동해 보기로 했다. 3시간에 3만 5천 원, 허걱 소리가 났지만 피로가 누적된 몸을 위해주기로 결정한 이상 입 밖으로 아까운 마음을 드러낼 수 없었다. (시간초과로 반납 시 1만 원을 추가로 낸 건 더 아까웠다ㅠㅠ)

며칠 전부터 같이 움직이는 멤버들이 '해물짬뽕' 맛집에 가보자고 제안을 했다. 느끼할까 걱정했던(크림이 들어간다기에) 백짬뽕도 적당히 맵칼했고 세트로 주문한 트리플피자가 예술이었다. 얇은 도우에 가득 얹어진 버섯들의 향연이라니.., 이 맛있는 조합이 3만 5천 원!

어디인들 맛있는 커피집이 없을까마는 굳이 커피 맛집을 검색해서 간 집은 아메리카노 한 잔이 6천8백 원(맛보다 가격이 잊히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커피 맛에 바다 전망의 맛이 더해졌다 생각하고 한 모금 호로록, 캬 이 집 커피 맛있네! 일행에게 커피를 사주겠다는 약속이, 시간차로 무산되어 종목을 바꾸어 사기로 하고 각자의 이동수단인 자전거와 자동차로 탑승했다.

검멀레 해안 끝부분 즈음, 우도 땅콩아이스크림의 원조집이라 불리는(자칭?) 노란 가게 앞에는 사람들이 무리 지어 있었다. 인증사진을 찍은 후 맛본 아이스크림은 아주 고소하고 달달했다. 맛있기로 소문난 우도땅콩을 껍질채 들어있어(모든 곡물과 과. 채는 가능하면 껍질채 섭취하려고 노력한다) 더 마음에 들었다. 아이스크림 중간 부분이 공기층으로 가득 차 있어 아쉽긴 했지만, 눈앞에 펼쳐진 산과 바다로 어우러진 장관이 아쉬움을 거둬내주었다.


우도에 머무르는 동안 온통 푸른 바다에 눈이 베이고

햇살을 실어 나르는 바닷바람에 코가 베이고

맛있는 먹거리에 입도 베였다.


나도 모르게 소리 지르고 말았다.

너무 행복해!
이렇게나 바다 빛깔이 고울 일인가
푸르름에 눈 베여도 좋은
감탄소리가 절로 나오는 검멀레 해안
비나이다 비나이다
백짬뽕과 트러플피자가 기가 막히던 섬ㅅ.나이
법환포구의 파도

#우도 #우도바다 #우도백짬뽕 # 우도땅콩

이전 08화 어쩌면 정신이 나간 것일지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