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에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두고 연인과 다툰 적이 있습니다. 둘이 찍은 사진을 왜 내걸지 않냐는 이유였죠. 싸움은 끊어질 듯하다가 카페로, 식당으로, 걷는 거리에도 이어졌습니다. 단단히 화난 사람에게 말이 꼬이고 쩔쩔맸던 기억이 나네요.
사실 좀 부끄러웠던 게 컸던 것 같습니다. 동그란 화면에 꽉 찬 우리의 사진. 그걸 또 확대해 보는 사람들이 있고요. ‘좋아 보인다’, ‘요즘 행복해 보인다’ 같은 연락이 오면 괜히 어색했습니다. 사랑이 드러나는 게 좋으면서도 누가 엿볼까 숨고 싶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게 남자답지 못하다고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좋아도 티를 내면 지는 줄 알았던 거죠. 그게 아닌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건 부끄러움이 아니라 미숙함이었던 것 같습니다. 드러내고 싶은 마음과 자랑하고 싶은 감정이 듬뿍 찰랑이는데도 두려웠던 거죠. 넘치는 게 당연한 분수대 안의 물이었는데도 불구하고요
마구마구 흘러내리는 사랑을 이제는 참지 않습니다. 표현해야 사랑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