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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에버영 Oct 17. 2024

치앙마이에서 경찰서 잡혀가다.

치앙마이에서 오토바이는 대중적인 교통수단이다. 얼마나 대중적이냐 하면 혼자일 때는 택시대신 오토바이를 불러 뒷자리에 타고 다니는 게 일반적이다. 바이크 택시까지 있다는 뜻이다. 여행자들이 모여있는 올드타운에는 바이크 렌털샵도 많다.

우리 가족은 치앙마이에서 대부분 택시로 이동을 하며, 장소를 옮길 때마다 택시를 불러야 했는데 오토바이를 빌려 타고 다니는 여행자들은 자유롭게 보였다. 마침 아이들도 오토바이를 타보고 싶다고 해서 아이 하나씩을 뒤에 태우고 2대를 빌려보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운전면허가 있으면 작은 스쿠터 정도는 탈 수 있으니까 그 점에 대해서는 걱정을 하지 않고 렌털샵에 갔다.


내가 오토바이를 운전해 보는 게 거의 처음이라 걱정을 하니 마음씨 좋은 주인아저씨가 렌트하기 전에 한 바퀴 돌고 오라며 배려도 해주었다. 모든 렌트절차가 끝나고 마지막에 주인아저씨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남긴다.


"지금 시간에는 올드타운 검문하는 시간이니까 그쪽으로는 가지 마세요"


알고 보니 치앙마이에서는 작은 스쿠터를 탈 때에도 원동기면허가 따로 있어야 했다. 그러니까 불법이었던 것이다.


일단 빌렸으니 가자!


남편이 내비게이션을 보면서 먼저 출발하고 내가 뒤따르기로 했다. 그런데 5분쯤 갔을까? 저 멀리 경찰이 검문하고 있는 게 보였다. 경찰이 보이자마자 남편은 핸들을 꺾어 왼쪽에 있던 골목으로 진입했으나 뒤따르던 나는 그만 경찰에 잡히고 말았다.


내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면허증이 없어 보여서 조금 안심이 되었지만, 나를 검문하던 경찰관이 경찰서로 가자는 게 아닌가?


면허증이 없는 내가 직접 운전해서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경찰관을 따라오라고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토바이 렌털 후 5 분타고 경찰 검문당했는데 경찰서까지 무면허로 가는데 10분은 걸린 것 같다.

경찰서에 도착하니 번호표기계가 있었고,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쭉 앉아있었다. 나도 번호표기계를 뽑고 기다렸다. 여기는 경찰서인가 은행인가.


내 차례가 다가와 은행 창구 같은 곳에 앉으니, 경찰관이 기계적으로 일을 처리했다. 벌금은 500밧였다. 바이크 렌트비가 200밧였으니, 두 배가 넘는 돈이었다.


영수증을 끊어주며 경찰관은 말했다.

"이제 바이크를 3일 동안 타도 돼. 경찰에게 검문당하면 이걸 보여주면 돼"


이제야 모든 게 이해되었다. 무면허임을 알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바이크를 렌트해 주던 렌털샵 사장님도, 무면허로 운전을 시켜 경찰서까지 따라오게 만든 경찰관도.


택시를 타고 다닐 때도 중앙선을 넘어 우회전하는 모습을 일상적으로 봐왔는데, 의심이 확신으로 넘어가는 순간이다. 그렇다. 치앙마이는 그야말로 무법지대였던 것이다.


이 정도에서 모든 일이 마무리된 것이 다행이었다.


이 글을 보고 '치앙마이에서 무면허로 오토바이 렌트를 해도 되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분은 없었으면 좋겠다. 국가에서 돈으로 용인을 했어도 어쨌든 불법이고 우리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상황이 어떻게 바뀌는지, 그에 따른 대처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불필요한 시간낭비와 가슴 졸임은 덤이다.


아무튼 여행이 아니라 한달살이라서 그런가? 이번 치앙마이여행 정말 스펙터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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