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의 묘미

비워낸 나를 만나는 시간

by 제이식

폭염의 위세는 너무나 당당했다.

따가운 햇볕을 어떻게든 피해보려 요리조리 그늘만 찾아서 걸어도 숨 막히는 아스팔트의 열기에 금세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담배를 피우러 가는 고행길을 마다하지 않는 것을 보면 담배의 중독성은 폭염을 능가하는 듯하다. 조금이라도 담배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다.

그래도 새벽 수영을 꾸준히 다니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원래 부지런한 성격은 아니자만, 제법 새벽에 일어나는 일에도 익숙해졌다. 무엇보다 십 분 남짓 걸리는 수영장 가는 길, 음악을 들으며 여유롭게 즐기는 드라이브가 좋다. 이건 생각지도 않았던 '보너스'이긴 한데, 그 시간이 너무 짧은 것이 매번 아쉽다.


그렇게 매일 새벽 한가롭게 운전해서 한가롭게 주차하고 한가롭게 수영장에 들어서면 그때부터는 더 이상 한가롭지 못하다. 새벽이지만 샤워장은 빈자리를 찾기가 어렵다.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서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수영장에 들어서면, 고요했던 새벽의 거리와는 달리 이곳은 난리법석 '시장통'이다. 레인마다 수강생들과 자유수영을 하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강사들의 호각소리와 수강생들이 동시에 팔, 다리를 내저으며 만들어내는 파열음이 서로 뒤섞여 사방에서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북적이는 레인 위에서 가만히 지켜보다 잠시 틈이 보이면 재빨리 몸을 던져 물속으로 뛰어든다. 순간 차가운 물을 뒤집어쓴 몸속 세포들은 비몽사몽 꿈속을 해메이다 동시에 화들짝 놀라며 깨어난다. 나도 모르게 부르르 몸을 떨며, 순식간에 심장박동은 증가하고 그로 인해 근육에 흐르는 혈류량은 증가한다. 웅크리고 있던 폐도 크게 부풀어 오르며 필요한 산소를 채운다. 나른했던 몸이 순식간에 달아오르면 잠시나마 가빴던 호흡은 안정되고, 한기도 서서히 가신다. 귀가 따갑도록 울려되던 소음도 물속에 들어오면 한결 덜하다. 어느 순간 내 귀에는 거칠게 반복되는 나의 들숨소리만 들린다. 같은 공간에 동시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존재조차 잊은 채 오롯이 나의 움직임, 내 심장의 고동에만 집중하게 된다. 머릿속은 공허해지고, 그저 내가 몇 번을 왕복하고 있는지만 되뇐다. 유유히 물살을 가르며, '그래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대략 한 시간 정도 이렇게 25m 레인을 왕복하고 나면 영혼까지 모두 물속에 녹여버린 듯 멍한 상태가 된다. 그냥 힘들다는 것 외에는 아무 생각도 잘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냥 텅 비어버린 듯한 이 느낌이 싫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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