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시작한 것은 3년 전이다.
그리고 처음 아내가 텃밭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땐, 정녕 나와는 무관한 일일 거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분명 이렇게 말했었다.
아내 : "아이들이랑 같이 하교하는 길에 텃밭이 있다는데.."
나 : "그래?"
아내 : "텃밭 한번 해볼까?"
나 : "...."
아내 : "어떻게 생각해?"
나 : "뭐 좋은 체험이 될 거 같은데..."
그래! 그냥 애들의 체험학습 정도로만 텃밭을 생각했지, 이게 나의 일이 될 거라고는 눈곱만큼도 생각지 않았었다. 그로부터 3년 뒤, 매주 일요일 새벽만 되면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커다란 밀짚모자를 쓰고 장화를 신은 채 텃밭으로 출근하는 내 모습을 누가 상상했겠는가?
텃밭의 시작은 아주 간소했다. 상추랑 치커리 같은 쌈채소 몇 가지만 단출하게 심어진 소박한 텃밭. 하지만 그곳에서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다. 내가 심은 모종이 몇 주 지나자 무럭무럭 자라서 나의 식탁에 올라온 것이다. 분명 나의 어릴 적 강낭콩은 그토록 애를 써도 열매를 맺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왜 이리 잘 되는 거지? 의아했지만 어쨌든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점점 더 많은 작물들을 심기 시작했고, 텃밭은 조금씩 커졌다. 나와 아내의 흥미를 먹고 자란 텃밭은 어느덧 5평이 되었고, 이듬해에는 10평이 되었다. 첫해에는 배추농사를 망쳤지만, 둘째 해에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고, 아무 생각 없이 뿌린 고구마 순 때문에 한 달 내내 정리하느라 허리가 고생을 했지만, 애를 먹인 만큼 얻은 것도 많았다. 작은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어느샌가 텃밭은 나의 한 부분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제 어느새 3년 차 텃밭 농사꾼이 되었다.
매년 봄이 다가오면 꿈을 꾼다. 셀레는 푸른 꿈을.
올해 나의 텃밭에서는 또 어떤 마법 같은 일들이 벌어질까?
이제 초보 농사꾼의 텃밭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