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의 계절이 다가온다

3월 19일, 한여름의 풍성한 텃밭을 꿈꾸다.

by 제이식

3월 19일



아침에는 진눈깨비가 흩날리더니 오후 들어서 날이 푹해지자 눈은 비로 바뀌었다.

이번 주에만 두 번째 비 소식인데, 주초에 내린 첫 번째 비는 잠시 반짝하고 말았지만, 오늘은 가늘어도 줄기차게 내린다.


'봄비가 내리고 나면 텃밭을 준비해야 할 텐데...'

갑자기 작년 거을 걷이 후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텃밭이 궁금해졌다.

비는 아직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지만, 대략 2km 남짓 거리의 텃밭까지 걸어가 보기로 했다. 좀 버거울 수도 있지만, 간만에 운동삼아 한번 해본다.

커다랗고 검은 우산을 받쳐 들고 길을 나섰다. 호젓하게 걸어가기에는 황구지천의 제방길이 딱 좋다. 원래도 다니는 사람이 드문 길인데, 오늘은 비까지 내리니 사람구경은 글러 먹었다. 그래도 새벽부터 비가 꽤 내린 모양이다. 황구지천에 유유히 떠 있을 오리들이 전부 강둑으로 올라와 멀뚱멀뚱 세차게 흐르는 물살만 쳐다보고 있다.


텃밭에 봄비가 내렸다.


제방을 따라 한참을 가니 멀찌감치 텃밭이 보인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만한 길을 따라 논밭을 가로지르면 텃밭이 나온다. 삭막한 풍경 속에 어렴풋이 남은 고랑의 흔적으로 작년에 농사지었던 자리를 찾아냈다. 부지런한 주인장 아저씨는 벌써 퇴비를 다 뿌리신 모양이다. 땅 위에 거무튀튀한 것들이 때마침 내린 봄비를 맞아 서서히 땅 속으로 사그라들고 있다.


저것들이 다 사그라들고 나면 대지는 또다시 무한한 생명의 기운을 머금고 수많은 생명들을 잉태해 낼 것이다. 그럼 텃밭은 다시 초록색으로 물들 것이고, 그 속을 천진난만하게 뛰놀던 청개구리도 다시 찾아올 것이다. 경쟁하듯 내뻗은 가지가지마다 새빨간 방울토마토가 매달리고, 쌈채소는 거두고 나면 한 소쿠리 가득 찰 것이고, 옥수수는 내 키보다 더 크고, 가지와 애호박은 내 팔뚝만큼 자라날 것이다. 깻잎은 지겹도록 많이 먹을 수 있고, 고추와 오이는 주렁주렁 매달린 것만 봐도 흐뭇할 것이다. 비트는 그냥 내비둬도 알아서 잘 클 것이다.


이제 텃밭의 계절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올해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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