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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식 Apr 17. 2022

본격적으로 시작이다!

4월 9일, 첫 모종을 심었습니다

4월 9일


밭고랑을 매고 이튿날 종묘사에 모종을 사러 갔다. 아직 이른 봄이라 별거 있을까 싶었는데, 상추, 당귀, 겨자, 명이, 대파, 부추까지 의외로 여러 모종들이 밭으로 나설 채비를 마치고 밖에 나와있었다. 바람 따라 사부작사부작 떡잎을 흩날리는 모습이 어찌나 앙증맞은지 전부 다 쓸어 담아 우리 밭에 옮겨놓고 싶었지만, 다행히 아내가 나의 충동구매를 막아선 덕에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원래 계획대로 상추와 대파 모종만 바구니에 담았다.


상추는 '아삭이상추'와 '적상추'를 반반씩 샀다. 아삭이상추는 이름처럼 아삭거리는 식감이 좋아 쌈으로 먹으면 아주 기가 막히다. 특히 노지에서 거름을 먹고 바람을 맞으며 해를 보고 자란 아삭이상추는 그 단단함이 비닐하우스에 속성으로 키운 상추와 비할 바가 아니다. 적상추는 쌈으로 먹어도 좋지만 겉절이를 해서 식탁에 내놓아도 일품요리가 된다. 매실액과 식초로 새콤달콤하게 버무린 다음 간장과 다진 마늘 그리고 약간의 액젓으로 감칠맛을 더하고 고춧가루를 잔뜩 넣어서 칼칼하게 무치면 되는데, 그 위에 통깨와 참기름으로 고소함까지 더하면 오만가지 맛이 어우러진 최고의 별미가 된다.

아직은 보잘것없어 보여도, 곧 어엿한 상추가 될 것이다.


'대파'는 이번이 3번째 심는 것이다. 첫 번째는 작년 봄이었는데 고랑을 잘못 파는 바람에 완전히 망쳤었고, 그 해 가을 재도전에 나서서 그래도 나름 성공적으로 수확을 거두었다. 물기가 조금만 많아도 쉽게 병에 걸려서 죽으니 약도 잘 뿌려줘야 하고, 특히 배수로 관리를 잘해줘야 한다. 그래도 어렵사리 키워내기만 하면 대파는 파기름으로 만들어 볶음 요리에도 쓰고, 찌개에 듬성듬성 썰어 툭툭 던져 넣으면 국물 맛이 아주 시원해지니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특히 가끔 온갖 정성을 다한 특제 라면을 끓이고 싶다면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지금은 이리 얄상하지만 실한 대파가 될 몸이다.


그리고 원래 계획에는 없던 모종을 나서는 길에 하나 더 샀는데, 바로 '부추'이다. 왜 갑자기 그랬는가 하니, 그냥 나중에 비 올 때 집에서 부추전 해 먹으면 맛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아주 조금만 사 봤다. 마음씨 좋은 종묘사 아주머니는 우리가 부추는 처음인지 또 어찌 알고 모종 심는 법부터 관리하는 방법까지 상세히 일러주신다. 우리처럼 조그만 텃밭 하는 사람들이야 뜨내기손님처럼 별 도움도 안 될 터인데, 항상 친절하시다. 부추는 알려주신 데로 모종끼리 딱 붙여서 옹기종기 심었는데, 몇 포기 안되다 보니 상추가 있는 구역 끄트머리 자리를 빌려 쓰기로 했다.

부추는 옹기종기 심어야 한다.


모종을 심은 뒤에는 호스로 물을 주지 않는다. 아직 여리여리한 모종들이 큰 물방울에 얹어맞아 떡잎 하나라도 상할까 번거로워도 물조리개로 살살 물을 뿌려준다. 여기까지 하면 모종을 심는 일이 끝나는데 농사일 중에 수확하는 것 다음으로 재미난 게 모종 심는 일인 듯하다. 간단하기도 하거니와 나도 모르게 그려지는 미래의 텃밭이 괜스레 마음을 흐뭇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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