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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식 May 04. 2022

청춘(靑春)의 계절

4월 23일, 상추에게도 사춘기가 있을까?

4월 23일


이제 심은지 2주째인 상추는 터를 잡은 듯하다. 앳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아직 조그맣지만 제법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 그렇다고 다 자란 것도 아니니 한 청소년기 즈음으로 봐야 하나? 근데 상추에게도 사춘기가 있을까? 난생처음 세상을 향해 기지개를 켜고 있는 저 작은 잎들에서 왠지 모를 까칠함이 느껴지는 건 그런 연유인가?

그래도 간만에 보니 반갑다. 지난주는 텃밭에 오는 것을 걸렀으니 2주 만에 본 셈이다. 그동안 찬바람 맞고 아프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건강하게 자란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된다. 혹시나 목이 탈까 싶어 보자마자 물부터 준다. 꼬질꼬질하게 묻어 있던 흙은 말끔히 씻겨나가고, 한껏 물을 머금어 생기는 더해진다. '청춘(靑春)'이란 단어는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란 뜻이라 한다. 왜 우리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절을 봄철에 비유해 부르게 되었는지 야무지게 자라난 상추 잎을 보고 있으니 대략 알만하다. 살짝 상추의 청춘이 부러워진다.

상추에게도 사춘기가 있을까?


상추 1줄, 대판 반줄이 전부인 휑한 텃밭에 오늘은 새 식구들이 많이 왔다. 방울토마토와 고추도 새 식구 중의 하나이다. 방울토마토와 고추는 종류가 많아서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이건 마치 '짜장'과 '짬뽕'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하는 것과 비슷한 난이도이다. 그래서 선택은? '짬뽕'도 '짜장'도 아니고 '짬짜면'이다. 뭔가 고민될 때는 역시 '반반'이 최고다. 고추는 맵지 않아 날로 먹기 좋은 '아삭이고추'와 찌개에 알싸한 맛을 더해줄 '빨간 고추'가 반반이고, 방울토마토는 알이 큼지막한 '대추 방울토마토'와 동글동글 귀여운 그냥 '방울토마토'로 반반이다.

 아삭이고추냐? 아니면 그냥 빨간 고추냐? 그것이 문제로다.


방울토마토와 고추는 땅에 모종을 심고 옆에 지지대를 세워 끈으로 슬쩍 묶어주었다. 방울토마토는 조만간 날이 더 따스해지면 무럭무럭 자라날 것이다. 이번에는 또 얼마나 크려나? 아마 내 키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또 얼마나 훌쩍 커버릴까? 볼 적마다 사람 놀래킬 정도일 것이다. 생장이 빠른 녀석들은 확실히 재미가 있다. 키우는 맛이 있다.

여름이 되면 쑥쑥 자라날 토마토


잘 크는 걸로 치면 옥수수도 만만치 않다. 작년에 처음 심어봤는데 막상 키워보니 별로 손도 안 가고, 열매도 꽤 실하게 열려서 다른 작물들에 비하면 거의 날로 먹는 기분이다. 또 집에 열매를 가져와 쪄서 내놓으면 어찌나 인기가 좋은지 매번 게눈 감추듯 사라져 맛도 못 보고 지나가기 일쑤다. 그래서 올해는 작년처럼 아쉬운 마음이 안 들도록 아주 마음먹고 많이 12주를 심었다. 아마 올해는 원 없이 옥수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옥수수 풍년이 될 것이다.


옥수수처럼 모자라서 아쉬운 작물도 있었지만, 넘쳐서 탈인 작물도 있었다. 가지가 그러했다. 작년에 4주를 심었는데, 가지가 가지마다 가지가지하게 매달리는 통에 텃밭에 갈 적마다 한 소쿠리 가득 가지를 담아왔다. 집에 와서는 밥에 넣어먹고, 쪄서 양념장 발라먹고, 구워서도 먹어 보지만 항상 냉장고 한 칸은 가지의 차지이다. 게다가 생명력이 어찌나 끈질긴지 봄에 심은 다른 녀석들이 다 죽어나가도 가지만은 늦가을까지 징글징글하게 남아 열매를 맺으니 사시사철 가지 반찬이 식탁에서 내려올 날이 없다. 그러니 올해는 딱 1주만이다. 요것만 있어도 아주 충분할 것이다.

가지는 외로워도 1주만...


완두콩과는 아직 좀 데면데면한 사이이다. 이번에 처음 심어보았다. 원래 계획에도 없었지만 텃밭 자리도 좀 남고 해서 새로운 도전을 해봤다. 그래도 심고 보니 동글동글한 잎이 참 귀엽다. 키는 얼마나 클까? 지지대는 세워줘야 하는 건가? 아직 우리는 좀 낯선 사이지만, 그래도 너무 걱정마라. 무슨 일이 있어도 잘 키워줄게.

완두콩과는 아직 좀 데면데면한 사이이다.


다 하고 나니 제법 태가 난다. 아직도 빈자리는 많지만, 그래도 얼추 작물들을 채워 넣으니 이제야 좀 텃밭 같다. 새싹들로 채워진 푸른 텃밭은 말 그대로 '청춘(靑春)'의 모습이다.

누구에게나 청춘은 아름다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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