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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2 남해->하동 34km

2,700km 전국일주 여행기

by 조삿갓

새해가 밝았다. 2023년이다. 백수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일출을 보려고 일어났지만 뿌연 날씨 때문에 볼 수 없었다. 알고 보니 애초에 볼 수 없는 위치였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아쉬움이 조금 누그러졌다. 결국 올해도 유튜브로 대신했다. 직사각형 박스에서 태양이 떠올랐다. 눈을 감고 기도했다. 가족과 주변 사람이 건강하기를 빌었다. 새롭게 도전하는 일이 잘 되게 해달라고 빌었다. 기도하면서 괜히 심술이 났다. 결국 기도는 기도일 뿐이며, 열심히 행동해 쟁취해야 하는 게 아닌가. 기도, 상상, 꿈은 모두 추상적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 성심껏 기도드리는 게 아니라 기도가 이뤄질 수 있게 행동으로 실행해야 한다. 신이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 이유가 바로 기도'만' 드려서가 아닐까. 행동이야 말로 우리의 의무이자 진정성이다(백수라는 사실이 두려웠나 보다. 날이 선 생각이 여기저기서 솟아났다).


어제 과식을 했는지 체한 느낌이 들었다(새해 전날이라고 거하게 먹었다. 찜닭에 밥까지 비벼먹었으니 체하지 않은 게 신기한 일이었다). 속은 계속 더부룩했다. 걷기가 힘들었다. 간간이 배를 찌르는 고통은 얼굴을 찡그리게 했다. 중간중간 쉬는 시간이 잦았다. ‘꺼억’과 ‘뽀옹’의 합주는 꽤나 더럽다 생각되지만, 무척 시원해 보일 정도로 우렁찼다. 배는 정상궤도로 향했다.


새해를 맞이하여 부모님께 연락을 드렸다. 지인 및 친구들에게도 새해 인사를 보냈다.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았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간단한 안부일지라도 이 단순한 문장엔 여러 감정이 뒤섞여 있다. 알쓸인잡 5화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행복을 얻는 생물이다


그렇다. 우리는 관계 속에 있을 때 안정을 느끼고, 안정은 곧 행복을 불러온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꽤 즐기는 사람이다. 혼자도 괜찮다 싶지만, 외로워지면 곧바로 생각을 접는다. 그럼 여김 없이 사람을 찾는다. 가족, 친구, 아니면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요즘은 사람 만나기가 쉬워졌다. 여행할 땐 게스트하우스, 일상에선 '문토'같은 소모임 앱을 이용하면 된다). 혼자가 괜찮다는 생각은 아마도 언제든 돌아볼 사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올해는 관계에 더 힘쓰고 싶다. 더욱 진중하게, 진실되게 다가가도록 말이다. 내 사람만큼은 잘 챙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만이 아니라 '우리'가 잘되길 비는 사람이고 싶다. 분명 힘든 순간이 온다면 내가 먼저일 것이다. 당연하다. 당장 내가 살 수 없는데 누구를 위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우리'를 생각한다면, 힘들어도 고개 들 힘이 생길 것 같다. 어쩌면 그들이 버팀목이 되어 줄지 모르니까 말이다. 나는 '우리'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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