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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자전거가 사라진다면

by 김규민

걷다 보면 거슬리는 것이 하나 있는데, 자전거가 그것이다. 자전거. 탄다는 목적성을 뺐을 때의 자전거는 미적으로 그렇게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 특히나 아파트 단지에 엉켜있는, 둘쭉날쭉한 쇳덩이들을 볼 때면 썩 기분이 좋지는 않다. 앙상한 뼈대에 올라탄 사람들. 뼈대는 인간의 발재간에 열심히 움직인다. 체인은 또 어떤가. 뼈대 안의 또 다른 뼈다. 자전거의 장기라고나 해야 할까, 인간으로 치면 심장쯤 되려나? 안타깝다.


내가 마지막으로 자전거를 탄 건 4년 전. 붉은색의 자전거였다. 중학교에 등교하기 전, 새벽 5시에 일어나 한강을 목표로 그런 자전거를 타고 나가곤 했다. 나와 같은 취미를 가진 친구 한 명과 함께. 여름이나 겨울이나 약 1년 동안 그렇게 살아왔던 기억이 있다. 당시의 나는 부지런했다, 분명. 중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자연스럽게 그럴 일은 사라졌고, 이사를 하며 집 앞에 방치된 자전거는 비슷한 처지로 보이는 오토바이 옆에서 그렇게 썩어가다가 어느 순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미안한 일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동범위는 멀지 않고, 어느 순간부터 나는 자전거보다 걷는 편을 선호하게 되었다. 걸을 때도 정면에서 오는 사람과의 동선을 일일이 계산하며 걷는 나인데, 자전거를 탄다면 그건 대참사를 야기할 수도 있다. 그나저나 나, 이래서야 커서 운전은 잘하려나.


걸을 때 자전거를 피한다. 좁은 길은 조심히. 가끔 닿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로 딱 붙어서 지나가는 자전거가 있을 때면 흠칫 놀라고는 한다. 사람이 많기만 해도 어지러운데, 어지러운 형태의, 요컨대 뼈대뿐인 자전거에 올라탄 사람들은 더더욱 어지럽다. 주차된 자전거들을 보면… 말할 것도 없다. 수많은, 구릿빚과 은빛의 선들, 엉켜있는 실들처럼 그것들은 불규칙적인 모습을 띤다. 공간 역시 적지 않게 차지하며, 그들 중에는 나 같은 무책임한 주인에게 버려진 아이들도 있다. 나무 옆에 있는 자전거. 너무 익숙해서 그렇지, 사실 그렇게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름칠된 쇳덩이와 나무라니.


도시가 빽빽하다는 인상을 주는 데에는 자전거 역시 한몫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전거가 없더라도 도시는 답답하겠지만, 있는 것보단 덜 할 것이다. 자전거 없는 세상을 생각해 본다. 자전거가 없다면? 사람들의 생활은 분명 더 불편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전거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본다. 나무들 옆에 놓인 수많은 자전거들이 하나 둘 사라진다. 아파트 앞에 주차된 수많은 자전거들도 사라진다. 사람들은 걸어 다니고, 건물의 입구는 넓어진다. 어떤가? 세상이 넓어졌다. 당장에 집 앞에 주차된 자전거만 지워봤음에도, 허전하다 느낄 만큼 깨끗해진다. 자전거만 없다면. 자전거가 싫은 것은 아니다. 단순한 이야기다. 자전거가 사라지면 세상은 더 넓어질 거란 이야기. 이건 분명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충분히 재미있는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자전거만 사라진다면. 세상은 더 ‘깨끗‘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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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