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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경쟁하는 나-2023]

예전의 나보다 우월해지는 방법

by 생각전사

사람은 살면서 서로 경쟁도 하고 협력도 하면서 산다. 그런 환경에서 오랫동안 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어떤 습성이 생긴다. 바로 경쟁하는 습성과 협력하는 관계형성 습성이다.


조직을 떠난 이후로 나는 나와 경쟁하며 또 다른 나를 설득하는 나를 발견하고 있다. 자전거를 시작한 후 집에서 서울까지 다녀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몇 차례 다녀왔다. 그때마다 중간에 돌아가고 싶은 또 다른 나와 경쟁해야 했다. “이 나이에 박사학위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또 다른 나의 냉정한 판단과 불평을 설득하며 논문을 썼다. 3년 전 시작한 기타 탓에 왼손가락에 굳은살이 생겼다. 일주일만 쉬어도 굳은살이 온데간데없이 되니 게으른 나를 달래며 쉴 수가 없다. 미완성이긴 하지만 두성과 호흡법, 공명의 맛을 보니 삼각지에서의 그 노래는 괴성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결과가 좋으면 설득은 저절로 된다. 글쓰기는 뇌가 살아있다는 증거. 브런치 작가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브런치북에 이제는 가물가물해진 2022년 유럽 렌터카 여행기를 쓰고 있다. 구글 포토에 저장된 사진에 시간과 장소가 저장되어 있어 생각을 되돌리며 기획한 20화 중 14화까지 썼다.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 후기 등 6화를 완성해야 한다. 또 다른 내가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마감이 22일이다. 시간이 없으니 다독이며 가야 한다.


나는 안다. 지금의 내가 예전의 나보다 어떤 면에서 우월하지 않다는 것을. 그러나 지금의 나는 예전의 나 보다 우월한 면이 계속 생기고 있다는 것도 안다. 나는 예전의 우월했던 나를 존중하며 지금의 내가 우월해질 수 있는 점을 직시하며 가고자 한다. 아마 신체, 권력, 명리가 우월했던 예전의 나를 벗어난 정신적인 것, 인문학적인 것, 예술적인 것, 후세를 위한 것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와 비슷한 환경에 처하였거나 비슷한 나이 또래의 사람들은 예전보다 가을이 더 쓸쓸하게 여겨질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낙엽을 밟으며 우월했던 예전의 나와 그 시절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흘러간 강물이 돌아오지 않고, 떠난 사람이 돌아오지 않듯이 그 시절은 그것으로 행복하고, 지금의 나는 지금으로서 행복하면 된다는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그것이 옹졸했던 예전의 나를 이기는 지금의 성숙한 내가 할 수 있는 멋진 방법이 아닐까?


얼마 전에 어느 세미나에서 외국인을 안내할 일이 있었다. 그때 내가 한 유일한 말이 있다. “This way.” 이 말 외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에게서 영어가 사라진 것이다. 순간 냉정한 내가 비웃듯이 말한다. “이제 무슨 영어를 해. 이제 포기하고 다음 생애나 하셔.” 그때 또 다른 내가 소리친다. “좋아. 널 포기하지 않겠어.”


“고만하라고. 질린다고.” 냉정한 내가 소리친다. 나는 여전히 또 다른 나와 경쟁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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