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써니 Jul 20. 2021

선생님 밖에서 매미소리가 들려요!

"선생님, 밖에서 매미소리가 들려요!"


연일 천명대의 코로나 확진자, 수업은 전면 줌 수업으로 전환되었다. 아이는 교과서를 펼쳐놓고 선생님과 줌 수업 중이다. 나는 뭔가 쓰고 싶다가 쓸 것이 없다가 책이나 읽으려다가 브런치를 읽고 있다. 갑자기 아이의 컴퓨터에서


"선생님."


하는 소리가 들린다.


"네."


선생님이 대답했다.


"밖에서 매미소리가 들려요!"

"후후 네!"


선생님은 아이의 말이 귀엽고 뜬금없다고 느꼈는지 웃으신다.


"정말 안 궁금한데 알려주네."


라고 말씀하시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웃음끼가 가득하다. 아이의 담임 선생님은 참 좋으신 분이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줌 수업이라 학기 내내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이들은 선생님을 자주 불렀다.


"선생님 저 오늘 점심 뭐 먹어요?


라고 묻는 친구도 있었다. 그러면 선생님은 "후후"하고 웃으신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는 거야? 음... 김치찌개 먹어. 어때?"


라고 대답해주신다. 매일 아침 줌이 시작되면 아이들은 간밤에 있었던 일들을 쏟아낸다.


"선생님 어제 쌍무지개 떴어요."

"선생님 저 어제 더워서 못 잤어요."

"선생님 저 어제 생일이었어요."


이렇게 쏟아지는 말들에 선생님은 일일이 대답해주신다.


"야 나도 무지개 보고 싶은데 알려주지. 아쉽다."

"그래 요새 열대야라고 하더라. 많이 더워도 선풍기 밤새 틀고 자는 건 안 좋아요."

"그래? 생일에 뭐했어? 늦었지만 축하한다."


선생님의 대답은 아이들의 마음에 작지만 따뜻함으로 전해지는 모양이다.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아이들은 선생님과 도란도란 재미난 이야기로 줌을 시작한다. 그런데 오늘 급기야 밖에서 들리는 매미소리까지 선생님께 전하고 싶은 아이의 마음에 멍하게 앉아 있던 나도 미소가 지어진다.

매일 줌을 시작할 때마다 같은 질문을 하는 아이가 있다.


"선생님 오늘 몇 시에 끝나요?"


어느 날은 두세 번 같은 질문을 하기도 했다. 선생님은 매번 대답해 주셨다.


"11시에 끝내줄게."

"오늘은 체육수업 줌도 있으니까 12시에 끝나."


라고 대답해 주신다. 어느 날은 수업 중간중간 계속 물어보니까 선생님은


"@@아 오늘은 그 질문 그만 하면 좋겠는데. 자꾸 물어보면 더 늦게 끝내주고 싶어지거든."


하고 장난스럽게 말씀하시기도 했다. 그 순간에도 선생님의 목소리에는 아이에 대한 짜증이 아니라 애정이 담겨있다. 듣고 있는 나도 매일 같은 질문을 몇 번씩 하는 그 아이의 말이 지겨운데 선생님은 매일 따듯하게 대답해주신다. 아이들도 선생님의 마음이 보이나 보다. 도무지 짜증 한번 내지 않는 선생님께 '선생님 오늘 우리 망고(아이의 같은 반 아이가 키우는 고양이 이름이다) 생일이에요.'라며 반려묘 생일까지 알려준다. 정말 TMI(Too much information) 속의 선생님이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은 수업이 시작되면 또 차분하게 선생님께서 하는 질문에 대답하면서 조용하게 수업을 듣는다. 언성 한번 높이지 않고 짜증한 번 내지 않고 아이들과 토론하는 선생님이 대단하기만 하다.


선생님의 수업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아이들이 대답하는 소리가 들린다. 매미가 매앰맴 운다. 선풍기가 커튼을 살랑살랑 흔드는 창가에 앉아 있으니까 이 평화로운 노곤함에 까묵 잠이 들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와 이건 정말 옛날 맛이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브런치 시작하기

카카오계정으로 간편하게 가입하고
좋은 글과 작가를 만나보세요

카카오계정으로 시작하기
페이스북·트위터로 가입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