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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Sep 16. 2021

상담이 필요 없다고요?

이번 주는 아이의 2학기 학부모 상담 주간이었다. 우리 부부는 1학기는 내가, 2학기는 남편이 아이의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있다. 1학년 때부터 그렇게 해 왔다. 코로나 전에는 남편이 학교에 가서 선생님을 만나고 왔다. 남편이 교실문을 열고 들어가면 선생님이 당황스러워한다고 했다. 아빠가 상담 오는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당연히 엄마가 오실 거라고 생각했다고.


코로나로 올해도 전화상담이었다. 미리 선생님께 상담 신청한 시간에 남편에게 전화를 한 선생님은 간단한 인사 후에 상담 신청한 이유를 물었다고 한다. 당연히 2학기 상담 신청하라는 안내문을 받고 신청한 것이었다. 그런데 선생님은 아이는 학교 생활 잘하고 있는데 왜 상담 신청하셨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상담 신청할 이유가 있을 때 상담을 신청하라는 의미로 들렸다.


우리는 매년 학교 상담기간에는 반드시 상담을 갔다. 어느 해에는 상담할 내용이 없으면 굳이 신청하지 않아도 된다고 공지에 쓰여 있었지만 우리는 상담을 갔다. 아이가 학교에서 어떻게 보내는지 알고 싶기 때문이다. 요즘은 줌 수업이 많아서 아이의 수업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래도 등교날의 아이가 어떻게 보내는지까지는 알 수가 없다. 우리 부부가 아이의 학교 생활에서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친구 문제이다. 선생님은 수업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가 상담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잘하고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자꾸 상담이 필요하지 않다는 선생님들의 말이 나는 불편하게 들린다. 안 그래도 할 일도 많은데 불필요한 상담에 시간 뺏기기 싫다는 의미로 들린다. 물론 우리가 선생님과의 상담이 불편하고 어색한 것처럼 선생님도 학부모와의 상담이 불편하고 어색할 것이다. 그래도 아이의 학교 생활에 대해서 아이의 입장이 아닌 선생님의 입장에서 듣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그러니 제발 상담이 필요하지 않은데 왜 신청하셨나요 라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상담을 갈 때 선생님께 꼭 물어보는 말이 있다. 가정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따로 지도할 것이 있다면 알려주라는 것이다. 선생님이 그런 것은 없다고 하시면서 재차 묻는 남편에게 말했다. 아이가 줌에서는 활발하게 발표도 하고 적극적인데 등교 수업에서는 줌 수업보다 소극적이라고 했다. 안 그래도 우리가 걱정하던 문제였다.


1학년 때부터 아이는 학교 가는 재미로 살았다. 가정 체험학습 신청도 거의 못하게 할 정도로 아이는 학교를 좋아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로 아이는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을 더 좋아했다. 줌 수업이 등교 수업보다 편하다고 했다. 걱정하는 남편에게 선생님은 우리 아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아이들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특히 2학기에 급증한 확진자로 쉬는 시간에도 자리 이동이 금지되었다. 자리에 앉은 채로 옆 친구와 얘기하는 정도만 허락된다고 했다. 그러니 아이가 학교가 불편하고 답답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줌 수업에서 아이들은 더 수다스러워지는 것 같았다. 이런 비정상적인 학교생활에서 오히려 선생님과 학부모의 상담은 더 자주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 그런데 오히려 상담이 필요하지 않은데 왜 신청했냐는 질문을 했다는 말에 학교와의 소통을 거부당한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도 상담을 가면 선생님들은 비슷한 말을 했다. 꼭 상담이 필요한 부모님은 상담을 오지 않는다고. 상담이 꼭 필요한 아이는 어떤 아이일까? 수업시간에 조금 소란스럽거나 친구와의 사이가 원만하지 않은 아이일까? 학교를 다니는 모든 아이는 선생님의 비슷한 관심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누구나 상담을 신청하고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한 선생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학교 생활에 문제가 있는 아이, 문제가 없는 아이를 나누는 선생님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상담이 필요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를 나누는 기준은 없었으면 좋겠다. 아직 초등학생인 아이의 원만한 학교생활을 위해서는 선생님과 부모의 협조가, 심지어 코로나 시국에는 더욱더 필요하다. 상담이 불편한 것은 선생님만이 아니다. 학부모도 학교번호가 뜨면 긴장하고 상담이 끝나면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하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어른들이 조금 불편해도 참고 견뎌내는 것, 그것이 아이를 키우는 부모와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용기 있는 행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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