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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Aug 08. 2022

그렇게 집사가 된다 -2

디데이는 7월 7일 목요일로 정했다. 고양이를 데려오기로 한 일요일부터 차근차근 고양이의 물건들을 준비하다 보니 3일은 금방 지나갔다. 그 3일 동안에도 우리는 매일 몽땅이를 만났다. 6월부터 남편이 출근하기 전 새벽에 나가면 몽땅이는 우리 동 앞에 앉아 있었다. 어느 날은 외출했다가 자정이 다 된 시간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가보면 몽땅이는 그때도 우리 동 앞에 앉아 있었다. 우리가 새벽이나 아주 늦은 밤에 나가본 것이 6월부터니까 그 전에도 몽땅이가 우리 동 앞에 밤마다 찾아왔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목요일 오후 5시가 거사일로 정해졌다. 콩닥콩닥 시간이 느리게 갔다. 목요일 새벽 5시에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믿어지지 않는 시간이었다. 무슨 큰일이 난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전화를 받는 손이 떨렸다. 평소 5시 30분에 출근하는 남편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빨리 나가서 전화까지 하는지 빠르게 머릿속으로 지나가는 생각들에 등줄기가 서늘하게 굳어갔다.


"여보 무슨 일이야?"

"여보 어떡해? 몽땅이 놓쳤어. 지금 담요랑 몽땅이 좋아하는 간식 가지고 현관 앞으로 나와 줘."

"자기 혼자 몽땅이 데리러 간 거야? 이 새벽에?"

"아니 일단 나와 봐."

나는 서둘러 담요와 간식을 챙겨 들고 집을 나섰다. 여름이라  밖은 많이 어둡지 않았다. 남편은 화단 앞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 옆에 문이 열린 이동장이,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몽땅이가 앉아 있었다.


"여보 어떡해. 몽땅이가 이동장에 거의 들어갔는데 내가 밀어 넣다가 놓쳤어. 그런데 그 뒤로는 안 들어가려고 해."

"왜 지금 몽땅이 데리러 온 거야?"

"아니 내가 자는데 갑자기 눈이 떠진 거야. 시계를 보니까 새벽 4시 30분인데 밖에 나와 보고 싶었어. 그런데 정말로 얘가 우리 동 앞에 앉아 있는 거야. 그래서 저녁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지금 데려가자 싶었거든. 몽땅이가 이동장에 거의 들어갔는데 내가 살짝 밀었더니 갑자기 몸을 돌려서 나갔어. 확 밀었어야 되는데 다칠까 봐 조심해서 밀었더니 갑자기 나가는 거야."

"괜찮아 한번 들어갔으니까 다음에도 들어가겠지."

그렇게 남편과 나는 이동장에 각종 간식을 넣고 기다렸다. 몽땅이는 우리 주변을 떠나지 않으면서도 이동장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남편은 출근할 시간도 잊고 몽땅이 옆을 지켰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아침을 급하게 먹고 남편과 나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오늘 출근을 하지 않겠다는 남편의 의지는 확고했다. 오늘 꼭 몽땅이와 함께 집에 간다.


하지만 역시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몽땅이는 평소 친절하던 두 사람의 포획(?) 시도에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우리를 쳐다보았다. 그래도 우리를 떠나지는 않았다. 남편과 나는 몽땅이가 자주 가는 정자에 돗자리를 펴고 앉았다. 담요를 덮은 이동장에 몽땅이가 평소 아주아주 좋아하는 펫 밀크를 넣어두었다. 몽땅이는 잠시 이동장 앞에서 서성거렸지만 들어가지 않았다. 그리고는 우리가 펴놓은 돗자리에 누워 자기 시작했다. 아침 9시 30분의 일이다. 태평하게 잠든 몽땅이를 보면서 남편과 나는 무기력하게 앉아 있었다. 그냥 잠든 몽땅이를 들어서 이동장에 넣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다가 이동장 철망에 발이 걸려서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우리는 몽땅이가 스스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점심시간이 다 될 때까지 몽땅이는 푹 주무셨다. 아침부터 배신과 위험에서 벗어나느라 힘들었다는 듯이.

우리는 점심으로 짜장면을 시켜먹기로 했다. 예전에 몽땅이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정자에서 짜장면을 시켜 먹은 적이 있었는데 평소 음식이나 간식에 관심이 없던 몽땅이가 짜장면 그릇을 향해 달려든 적이 있었다. 우리는 짜장면으로 몽땅이를 유인하기로 했다. 짜장면 냄새에 몽땅이가 잠시 이동장에 다가갔지만 바로 돌아섰다. 그리고는 짜장면을 먹는 우리 옆에 앉아서 눈을 감았다. 차라리 안 보겠다는 듯이. 우리는 그냥 몽땅이와 짜장면 정자 데이트를 한 셈 치기로 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포획틀을 대여할 수 있다는 집사 지인의 말에 나는 바로 차로 30분을 달려갔다. 직원이 설명하는 포획틀의 원리는 간단하면서도 쉬워 보였다. 보통 길어야 이틀이면 잡힌다는 말에 자신감이 생겼다. 행운을 빌어주는 직원의 인사에 저녁에는 반드시 성공하리라고 확신했다. 남편과 저녁을 먹고 다시 몽땅이를 만나러 나갔다. 새벽부터 놀랐을 몽땅이를 위로하기 위해서라며 이동장도 포획틀도 없이 몽땅이를 만나고 오자고 남편은 말했다. 남편은 알지 못했다. 위로가 필요한 것은 몽땅이가 아니라 우리였다. 몽땅이는 생각보다 강하고 똑똑하고 어려운 고양이였다는 것을 우리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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