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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Aug 07. 2022

그렇게 집사가 된다 -1

2022년 7월 3일 일요일 오후에 시작된 이야기.

"여보 몽땅이를 입양하고 싶은 자기 마음을 내가 모르는 게 아니야. 나도 몽땅이 좋아하고. 그런데..."

일요일 오후, 얘기 좀 하자고 남편이 나를 불렀다. 집에는 아들의 친구가 놀러 와서 아들과 보드게임을 하고 있었다. 안방으로 나를 부른 남편이 말을 시작하자마자 눈물이 쏟아졌다. 몽땅이를 생각하면 이상하게 나는 눈물이 난다.

"나도 몽땅이 키우기 힘든 거 알고, 자기 의견 존중해. 그러니까 이런 얘기 안 해도 돼."

남편은 나를 잠깐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동안 자기가 얼마나 몽땅이를 데려오고 싶어 하는지 알면서도 도저히 나는 동물을 키울 자신이 없어서 모른 척했어. 지금도 나는 동물을 키우고 싶지 않아. 그런데 자기도 또미도 몽땅이에 대한 마음이 간절한데 내 고집만 내세우는 것도 아닌 것 같애."

남편의 말이 이상했다. 뭐지? 남편의 마음에 변화가 생긴 것일까? 설마?

"여보 혹시 몽땅이 데리고 올 거 아니면 희망 고문하지 마."

내 말에 잠시 망설이던 남편이 결심한 듯 말했다.

"여보 나는 여전히 동물을 키울 자신이 없지만 몽땅이 데리고 오자."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거지? 몽땅이를 데리고 오자는 말을 들은 게 맞나? 남편이 우리 가족의 길친구 몽땅이를 입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나와 아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자기 생각만 고집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몽땅이를 입양하고 싶다고 생각한 지 일 년 만이다. 지난여름 동네 길고양이 서리태에게 이마에 상처를 입고 우리 집 공동현관에 몽땅이가 찾아온 날부터 꼭 일 년 만이다. 그때 이마에 상처가 난 몽땅이를 현관에 두고 들어오면서 미안하고 안쓰럽고 마음이 아팠다.

몽땅이와 자주 싸우고 몸에 상처를 냈던 길고양이 서리태. 몽땅이가 유일하게 영역을 내줄만큼 크고 센 상대지만 사람을 무서워해서 내가 간식을 줘도 먹지 않는 쫄보고양이.

아파트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길고양이지만 또 그만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구박도 받는 고양이였다. 사람 손을 많이 타서인지 다른 길고양이들과 자주 싸우면서 살아가는 길생활이 내 눈에는 고되 보였다. 그런 몽땅이가 마음에 걸려서 잠 못 자고 눈물 흘린 날도 많았다. 그런데 이제 몽땅이와 함께 살 수 있다니 꿈만 같았다.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것은 가족 모두의 동의가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에 나는 그동안 몽땅이를 입양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도 선뜻 데려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마음을 바꾼 것이다.


남편에게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종교를 바꾸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아니 종교가 없는 남편에게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정치적인 신념을 바꾼 것과도 같다. 평생 가지고 있던 가치관을 바꾼 것이다. 동물을 키우는 것도 그렇지만 길고양이는 길에서 살아야 하고 사람이 그들의 삶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평소의 생각을 바꾼 것이다. 마음을 잘 바꾸지 않는 남편이지만 한번 결심하면 뒤돌아보지 않는 성격의 남편은 그날 저녁부터 몽땅이 입양 준비에 들어갔다.


입양에 앞서 고양이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며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서 읽기 시작했다. 몽땅이가 우리집에 적응할 때까지 주로 시간을 보낼 방을 정리하고 고양이의 물건들로 채웠다. 창문에 방묘창을 설치했다. 집에 있는 모든 전선에 커버를 씌우고  콘센트 구멍을 빠짐없이 막아두었다. 고양이 화장실과 모래, 선물 받은 스크래쳐까지 도착했다. 준비를 끝낸 우리는 말했다.

"내일 몽땅이만 데려오면 돼."

마치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몽땅이를 바로 데려올 수 있다는 듯이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잠이 들었다. 어서 아침이 와서 몽땅이를 데리고 와야지 하는 마음에 들뜬 나는 잠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몽땅이 입양은 나와 남편의 결심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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