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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Oct 19. 2022

내가 고양이를 확대했다고?

몽땅이와 함께 산지 세 달이 지났다. 그런데 우리 가족은 세 달을 삼 년처럼 느끼며 살고 있다. 세 달을 삼 년처럼 느낄 만큼 몽땅이는 우리 집에 잘 적응하고 있다. 우리도 몽땅이가 있는 집안 풍경이 낯설지 않고 익숙하다. 마치 처음부터 아주 오래 우리 집에 살고 있었던 것처럼 편안하다. 아직 적응하지 못한 점이 있다면 아직도 산책길에 몽땅이를 만날까 기대한다는 것뿐이다.


몽땅이가 집에 오고 열흘이 지났을 때 예방접종을 위해 다시 병원을 찾았다. 몽땅이의 몸무게를 본 의사 선생님이 놀라서 말했다.

"보호자님 도대체 얘한테 무슨 짓 하신 거예요? 몸무게가 400g이나 늘었는데."

"예?"

"고양이 몸무게가 열흘만에 이렇게 늘면 안 돼요."

아니 고양이 스트레스받는다고 아무 짓도 하지 말고 밥그릇에 밥이 비면 바로 채워주라고 선생님이 지난주에 말했잖아요. 저는 선생님 말을 따랐을 뿐인데.라는 말이 나올뻔했지만 다행히 말은 입속에서만 머물렀다.

"지난주에 4.8이었을 때도 길고양이 치고 많다 싶었는데 5.2면 조절해야 돼요. 지금까지는 괜찮지만 조절해 주세요. 몽이(몽땅이의 공식 이름)랑 행복하게 살려고 데려왔는데 아프면 안 되잖아요."


몽땅이는 두 번의 주사를 태연하게 맞았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행복하게 살려고 데려오지 않았느냐는 선생님의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나 때문에 몽땅이가 불행해질 수 있다는 말로 들렸다. 몽땅이를 집으로 데려오면서 남편과 나는 미안함을 마음에 머금고 살고 있다. 몽땅이가 우리 집보다 밖에서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면 미안해서 더 잘해주려고 했다. 그런데 우리 집에서 이 아이가 아프고 불행해진다면 몽땅이한테 미안해서 견디기 힘들 것이다.


병원에 다녀오고 남편과 나는 몽땅이의 식단을 조절하기로 했다. 혹여나 배고플까 빌 때마다 채워주던 사료를 정해진 양만큼 적당하게 채워주기로 했다. 낯선 환경 때문에 스트레스받을까 후하게 주던 간식도 줄였다. 간식을 모두 끊으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이 있었지만 몽땅이의 얼굴을 보면 무의식적으로 간식 통을 열고 있다. 일단 캔은 줄이고 간식도 줄이고 사료도 줄이고...... 줄이고 줄이고. 마치 내가 다이어트할 때처럼 몽땅이는 많은 것을 줄였다. 몽땅아 여자는 말이야 평생이 다이어트야. 나도 평생이 살과의 전쟁이다. 우리 같이 한번 잘해보자. 나는 몽땅이를 위로하는 말을 해 주었다. 내 말이 몽땅이에게 가 닿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간식 달라고 간식 통 앞에서 야옹하는 것을 보면.


가끔 인스타에서 고양이를 확대했다는 집사들의 고백을 들을 때가 있다. 나는 그렇게 되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다. 우리 고양이는 자주 놀아주고 열심히 움직이게 해서 살찌지 않게 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료를 줄 때도 마음 약해지지 말고 정량만, 간식도 정해진 양만 줄 거라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나도 고양이를 확대하고 말았다. 갑자기 확 늘어난 몸무게에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확대범 선고도 받았다. 길에서 지낼 때도 임신한 고양이라는 오명을 쓰고 살았던 고양이. 얼마 전에 지인에게 사진을 보냈더니 돼냥이라고 했다. 돼냥이라니... 속상한 저 단어에 돼냥이가 된 몽땅이를 보면 또 돼냥이도 귀여운 것이 함정이다. 정말 고양이는 어느 순간에도 귀엽지 않을 때가 없다. 포동 하게 살이 오른 뱃살을 늘어뜨리고 자고 있는 돼냥, 아니 몽땅이가 우리 집 소파에서 몇 시간째 아재 놀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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