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년된 시골집에서 살기
여보! 오늘 점심 뭘 해 먹을까?
죽산아이 앞마당 언덕위 작은 텃밭(10여평) 하나. 작년 가을 배추 50여 포기심고 네 고랑에 시금치씨 뿌려 겨우내 잘 먹었다.
-18℃까지 내려가는 엄동을 납작 엎드려 이겨내더니 날이 풀리니까 싱그럽게 모양과 몸짓이 달라진다. 하늘 향해 펼친 자태도 그렇고, 그걸 쳐다보는 내 마음도 연하기 그지없다.
나도 모르게 쪼그리고 앉았다. 배추의 활력은 넓게 퍼져가며 자유분방했다. 동시에 일관되게 흩어지고 모여들고, 다시 연결되는 잎맥의 흐름을 쳐다보다가 그의 생명력을 새삼스러워했다.
2월부터 한 포기 한 포기 된장찌개로 응용하고 3월 들어서는 주로 겉절이로 쓴다.
오늘도 ~ 콜
빨간 양동이 들고 거침없이. 네 포기 서슴없이 건져 올린다.
어제 비가 와서 그랬나 보다. 배추 정중앙에 물방울이 영롱·큼직하게 하나 으젓하고, 새끼 꽃망울 4-50개가 올망졸망 모여있다.
주방에서
야무지게 씻고, 양념 만들어 얹는다. 그냥 툭.
수북하다.
김제 죽산살이.
뭘 먹을까에서 뭘 해먹을까 ‘적극 능동태’로 바뀐 밥상.
겨울배추 겉절이 한 큰 접시
그 옆에 굵은 쪽파무침, 가지런함이 주는 맛있음,
눈으로 먹고, 입으로 먹고
둘이 마주 앉아 서로 낄낄대고 먹는다.
수북하니 내 인생
죽산아이에서 누리는 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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