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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병권 Nov 30. 2023

90년이나 어린 것이.

1934, 1960, 1988, 2023

죽산안씨 유전자(DNA)가 세상에 표출된 시·공간들이다. 먼 과거로부터 내게로 와 아들 녀석에게 가고 다시 그 아이의 아이에게로 바톤터치가 되는. 인간족은 이름붙이기를 아버지·어머니,  나, 아들, 손자라고 했다.     


이 궤적은 유전자 운반체들의 시선이다. 유전자는 세대를 넘겨갈 때마다 잘하는 부분은 남기고 잘못하는 부분들은 제거하면서 ‘최선의 혁신’ 상태로 다음 운반체로 옮겨가면서 나이를 먹어간다. 그러니 며칠 내로 세상에 드러낼 유전자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먼 영원으로부터 내려온 ‘최고령’ 죽산안씨다.     

그분이 앉아계신 며늘아이 애기궁터를 ‘90년이나 어린 것’이 기뻐 어쩔줄 모르며 어루만지고 있는 것이다.    

       

태명은 ‘만두’다 

이름은 ‘안제하’라고 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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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아들·며느리가 서울 어머님댁에 들렸다. 12월초 예정인 만삭의 며늘아이 배를 만지며 좋아 어쩔줄 모르는 ‘90년이나 어린 것’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어머니는 증손자가 태어나는 것이 여간 즐거운게 아니다. 애가 들어섰다는 날부터 싱글벙글이다. 

태중아이 초음파사진으로 윤곽을 보니 두툼한 코, 커다란 구강구조, 영락없이 빼박이다. 돌아가신 아버지 모습도 모이고 코는 어머니 닮았고..... 내 모습도 보이고 아들 녀석의 흔적이 뚜렷하다. 거기다 며늘아이 ‘속깊은 지향’도 함께 할 테니 우리 집안 ‘최선의 모습’일게 분명하다.


열달 동안 복중에 애를 키우며 고생하는 며늘아이가 대견스럽고,  아들내외가 밝고 명랑하게 상황에 대응하는 일관된 흐름도 좋다.     


와이프가 마을 곳곳에서 잘 익은 호박들을 모았고, 다시 추위에 떨고 있는 친구들을 추가로 데려와 애지중지 간수 했는데 그중 잘 익고 잘 생긴 녀석들을 골라 건강원에서 호박즙을 내렸다. 아들네집으로 보냈다. 임산부는 호박 외에 아무것도 넣지 않아야 한다 했다.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면 손자가 내 곁붙이로 세상에 나온다. 온 마음으로 환영한다. 그냥그냥 마냥마냥 즐거울 뿐이다.      

온갖 덕담과 바람은 이 녀석 태어나고 나서 밤새서 할 생각이다.     


‘64년이나 어린 것’이 부푼 꿈을 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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