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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Dec 18. 2023

나는 얼마나 이기적인가

행복은 다른 사람의 벅참에서 비롯된다


수강생이 출간계약을 체결하면 제가 계약한 것보다 더 기쁘고 행복합니다. 수강생이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제가 더 흥분하고 즐거워합니다. 나의 일이 아니라 타인의 일로 충분히 기뻐하고 행복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저녁을 먹는데 아버지께서 갑자기 저를 물끄러미 쳐다보십니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나 해서 기다렸지요. "너, 올 여름에는 콩국수 못 먹었지?" 


오늘 12월 18일입니다. 며칠 전에는 눈까지 내렸고요. 겨울 한가운데 서서 갑자기 여름 이야기가 웬말입니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시나 싶었지요. 연세도 있고 해서 순식간에 별 생각이 다 났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말로 지난 여름엔 콩국수를 한 번도 먹지 못했다는 사실이 기억 났습니다. 저는 콩국수를 좋아합니다. 소금 뿌려 먹기도 하고 설탕 넣기도 합니다. 무엇을 넣든, 어디에서 먹든, 콩국수는 다 좋습니다. 어묵이나 군만두는 계절과 상관 없이 먹을 수 있지만, 콩국수는 여름에만 제맛입니다.


매년 여름이 되면, 아버지께서는 재래시장에서 콩국과 우묵가사리를 사가지고 오십니다. 아파트에 장이 서면 거기서도 꼭 사들고 오시지요. 아버지께서 콩국과 우묵가사리를 사오시는 이유는 딱 하나뿐입니다. 오직 저를 위해서죠. 팔십 노인이 중년 아들을 위해 검은 봉다리를 들고 다니시는 겁니다. 


어머니는 매년 김치를 담습니다. 김장이라 하여 판을 펴지는 않고, 수시로 배추를 사서 양념을 묻힙니다. 저는 김치 없으면 밥 못 먹습니다. 까탈스럽게도, 어머니가 담그시는 김치만 좋아합니다. 저의 입맛을 잘 아는 어머니는, 다리가 불편한데도 기어이 당신이 직접 김치를 만듭니다. 며느리인 아내는 겨우 주변 그릇 씻는 정도입니다. 당신의 고집이 워낙 강해서 다른 사람은 접근도 못 합니다. 


집안 살림 전부 아내가 맡아 합니다. 하지만, 냉장고에 김치 떨어졌나 확인하는 건 늘 어머니 몫입니다. 아직 많이 남아 있어도, 대략 언제쯤 떨어지겠다 기가 막히게 예상을 하시고는 딱 맞춰 김치를 담습니다. 김치 떨어질 날 없습니다. 덕분에 저는 매 끼니마다 밥을 맛있게 먹습니다. 


아버지의 행복은 제가 콩국수를 맛있게 먹는 모습입니다. 어머니의 행복은 제가 김치를 맛있게 먹는 모습입니다. 두 분에게는 그것이 가장 큰 행복입니다. 저는 그 동안 '행복'을 좇으며 살았습니다. 어떤 때에 가장 행복한가 저 자신만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는 참으로 이기적입니다. 


수강생이 출간계약을 체결하고 또 책을 출간했을 때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런 게 행복이구나 싶었지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어떤 일에 대해서도 내가 충만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거구나. 


도전과 성취는 내 안에서 일어납니다. 마땅히 행복합니다. 하지만, 행복은 내 안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삶이 좋아지는 것도 얼마든지 나의 행복이 될 수 있는 거였습니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타인의 행복을 통해서만 진정 행복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입니다. 그 사람이 아프면 나도 아프지요. 자신의 이익만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모두가 사랑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살아갈 거라고 믿습니다.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그 사랑을 잊고 살아가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부와 성공을 추구하는 사람 많습니다. 핵심은 하나입니다. 다른 사람 도우면 됩니다. 다른 사람 도와주면 돈도 성공도 모두 따라옵니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다른 사람 성장과 발전을 돕는 데 사용해야 합니다. 그것이 곧 비즈니스이고 성장과 성공의 핵심 요소입니다.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까?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성공 가능성이 낮습니다. 어떤 사람들을 나의 어떤 경험으로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해야만 초고속 성장과 성공을 이룰 수 있습니다. "돕는다"라는 말에 손발 오그라드는 사람 있습니다. 아직 멀었다는 증거입니다. 생각 자체도 바꾸어야 하고 사업 공부도 다시 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 돕는 일은 가치가 있습니다. 가치 제공의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돈보다 가치 제공이 먼저란 뜻입니다. 어떤 가치를 어떤 사람들에게 전할 것인가. 사업하는 사람은 종일 이 생각만 해야 합니다. 


내가 전한 가치로 인해 상대방이 어떤 결실을 맺었을 때, 그 때야말로 행복한 부자가 되는 순간입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이 자원봉사 가서 많이 호전되었다는 이야기 들은 적 있습니다. 무기력에 빠져 삶을 포기할 뻔한 사람들이 호스피스 병동에 가서 목욕과 이발 봉사를 한 후부터 정신 차리고 살아간다는 소식도 접한 적 있습니다. 다른 사람 돕는 것이 내 인생 살리는 길이란 의미입니다. 


오늘 일상에서 겪은 작은 에피소드 한 편을 글로 적어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작은 공감이라도 할 수 있다면, 문득 오래 전 겪었던 상처와 아픔을 글로 적어 그럼에도 내가 이 만큼 살아냈다는 사실을 알림으로써 누군가 희망과 용기를 품을 수 있다면, 커가는 아들을 보며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면서도 이제야 조금씩 인생을 배우게 된다는 이야기를 씀으로써 동질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면, 차별과 부당한 대우로 분노와 원망을 동시에 느끼면서도 당당히 일어서 다시 나아가는 내 모습을 표현함으로써 함께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다면, 이렇게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이야기를 글로 적어 세상과 나눌 수 있다면, 그것이 곧 글 쓰는 사람으로서 돕는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타인의 벅참으로 내가 행복할 수 있다는 것. 한파 주의보가 떨어진 날, 아버지는 지난 여름에 콩국수를 먹지 못한 제가 목에 턱 걸렸던 겁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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