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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Dec 20. 2023

그냥 내 길을 간다

세상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기를


출판사에서 저자 증정용 도서 스무 권을 보내왔습니다. 여덟 번째 책입니다. 반가운 마음으로 박스를 열었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한 일이지만, 역시 신간을 받아 처음으로 만져 보는 느낌은 남다릅니다. 감회가 새롭습니다. 책을 쓰면서 어렵고 힘든 과정 겪었습니다. 모든 순간이 스쳐 지나갑니다. 책을 품에 꼬옥 안아 봅니다. 


어머니의 반응은 격합니다. 자칫 눈물까지 흘릴 태세입니다. "아이고, 우리 아들이 또 책을 냈구나!" 목소리는 두 배로 커지고, 팔을 양 옆으로 쭈욱 펼칩니다. 조금은 민망할 정도입니다. 마치 제가 세상을 구한 것 같습니다. 조금만 반응을 줄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아내의 반응은 어머니와 정반대입니다. 놀라는 기척도 없고 좋다는 내색도 없습니다. 무덤덤합니다. 첫 책부터 그랬습니다. 남편이 책을 냈다는 사실이 자신에게는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한다는 반응입니다. 어머니처럼 난리법석을 피우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잔잔한 감동과 기쁨 정도는 느껴주리라 기대했습니다. 기운이 쪽 빠집니다. 


어머니와 아내의 반응을 반반 섞어 놓으면 딱 좋겠습니다. 반반 치킨처럼, 짬짜면처럼, 격한 반응과 무반응을 반쯤 섞어 딱 제가 원하는 반응을 보이면 좋겠습니다. 두 사람은 내가 아니기에, 내가 원하는 반응을 구할 수 없습니다. 각자 자기 생각 대로 반응합니다. 제 입맛에 맞출 수 없고, 그럴 수 있는 방법도 없습니다. 


인생 모든 부분에서 같은 현상이 일어납니다. 나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타인의 반응. 그것은 각자 마음 대로 취향 대로 나타납니다. 상대가 아주 좋아할 거라고 기대하면 여지 없이 실망하게 되고요. 상대가 무덤덤할 거라 기대했을 때 격한 반응을 보이면 조금 멋적기도 합니다. 


세상은 내 입맛 대로 반응하지 않습니다. 결과는 항상 나의 기대와는 다릅니다. 기대하면 실망하고, 기대를 하지 않으면 뜻밖의 반응을 만나 당황스럽습니다. 어떤 경우든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 이래도 불편하고 저래도 실망입니다. 내 마음이 원하는 대로, 딱 그 만큼만 세상이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 입맛에 맞지 않는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늘 좋은 기분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상대의 격한 반응을 좀 줄이라고 강요할 수도 없고, 상대의 무뚝뚝한 반응을 환하게 바꾸라고 요청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첫째, 세상은 내 입맛 대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을 때 감정의 요동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집니다. 


둘째, 누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 내가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한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어머니의 격한 반응으로 내 책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아내의 무덤덤한 반응으로 내 책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누가 뭐라고 하든 내 책의 가치는 나 자신이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사람들의 반응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내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계속해나가는 태도입니다. 반응이 좋으면 타오르고, 반응이 별로이면 확 식어버리는 사람 많습니다. 그 기분 이해는 하지만, 자기 삶에는 아무런 도움 되지 않습니다. 누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 나는 내 갈 길을 간다! 뚝심과 고집이 필요합니다. 


글 쓰는 삶을 선택했습니다. 누군가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선택한 인생도 아니고, 누가 실망한다 해서 멈출 인생도 아닙니다. 제가 선택한 제 인생입니다. 저는 오늘도 글을 쓰고, 내일도 책을 집필할 겁니다. 이것이 제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떤 식으로든 결과를 만들어내면서 살아갑니다. 그 결과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세상과 타인의 평가를 받게 되지요. 때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하고, 또 다른 때는 형편없는 점수를 받기도 합니다. 평가와 점수 때문에 실망하거나 좌절할 때도 많고, 기고만장 자만과 오만에 빠질 때도 없지 않습니다. 


어머니의 평가가 제 삶을 결정하지는 못합니다. 아내의 점수가 제 인생을 좌우할 수도 없지요. 오직 나의 신념과 확신만이 제 길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별 것 아닌 순간적인 기분에 휘둘리지 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쓰는 것이 최고의 선택입니다. 


글을 쓰겠다 책을 쓰겠다 결심한 이들 중에는, 타인의 반응과 평가와 팔리는 정도에 따라 자신의 행보를 결정하려는 사람 많습니다. 최선을 다했는가 라는 질문 앞에서 당당하지 못하다면, 남의 평가가 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흔히 말하는 베스트셀러 중에서도, 읽어 보면 참 가관이다 싶을 정도로 문장을 엉망으로 쓴 책 많습니다. SNS에 사진 한 장 올라오지 않은 책 중에서도, 읽다 보면 가슴이 쿵 내려앉는 책 많습니다. 


누군가의 평가는 그저 자기 입맛에 맞는가 여부일 뿐입니다. 절대적 가치가 아니란 뜻입니다. 남들이 좋다고 한다 해서 그것이 정말 좋은 것인가. 남들이 별로라고 한다 해서 그것이 정말 형편 없는 것인가. 특히 글과 책은 읽는 사람의 성향이나 상황에 따라 크게 좌우 되기 때문에, 그 평가가 절대적일 수 없습니다.


저는 좋은 마음으로 행복하게 글 썼습니다. 어머니의 격한 반응에 비하면 책이 많이 부족하고요. 아내의 무덤덤한 반응에 비하면 훨씬 큰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어텐션>이란 책이 수많은 독자들의 각기 다른 평가와 반응 사이에서도 묵묵히 자기 할 일을 수행해 나아가는 책이 되길 바랍니다. 저 또한 그렇게 살아갈 테고요. 


이제 아홉 번째 책을 집필합니다. 한 권의 책을 끝냈을 때의 기쁨은 다음 책 집필을 시작하는 설렘으로 바뀝니다. 글 쓰는 사람은 언제나 행복할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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