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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Dec 23. 2023

형편없는 글을 쓸 수도 있다

뭐 어때?


최악의 상황은 글을 못 쓰는 게 아닙니다. 자신이 글을 못 쓴다고 여기는 마음이 문제입니다. 어떤 일을 하든, 세상에는 나보다 그 일을 잘하는 사람도 있고 나보다 못한 사람도 있게 마련입니다. 이런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내가 제일 못 쓴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기 비난이며 자기 비하입니다. 


어느 여성 작가와 통화했습니다. 눈물 섞인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작가님, 저는 그냥 집에서 살림만 하는 여자입니다. 살림이라고 해 봐야 딱히 하는 것도 없어요. 그냥 매일 집에서 빈둥거리기만 합니다. 뭐라도 해야겠는데, 도무지 의욕이 없습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다음 날, 그 여성 작가가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어제와는 사뭇 다르게, 아주 단단히 화가 난 목소리였지요. "작가님! 제 말 좀 들어 보세요. 어젯밤에 남편과 대판 싸웠는데요. 글쎄 저 보고 대체 집에서 뭘 하느냐고, 왜 그렇게 빈둥거리기만 하느냐고 비난을 하지 뭐예요!"


전날 저와 통화를 할 때는 분명 자신이 '빈둥거린다'고 말해 놓고서, 다음 날에는 남편이 자신을 보고 '빈둥거린다'고 했다며 화를 내는 것이죠. 자기비난과 자기비하의 전형적인 특성입니다. 스스로를 깎아내리면서도 남이 뭐라 하면 화를 냅니다. 자존감은 바닥이고 자존심은 하늘을 찌르는 현상입니다. 


"저는 글을 잘 못 써요."라고 말하는 예비 작가에게 제가 "네, 그렇군요. 진짜 글을 못 쓰는군요."라고 말을 하면 그 사람 기분은 어떨까요? 혹시 자신이 글을 못 쓴다고 생각하는 사람 있다면 한 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다른 사람한테 자신이 잘 못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 나쁘지요? 남한테 듣기 싫은 소리는 자신에게도 하면 안 됩니다. 남들이야 가끔 만나지만 자신과는 종일 같이 있잖아요. 잠시도 떨어져 있지 않은 자신에게 가장 좋은 말을 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못 쓰는 걸 잘 쓴다고 어떻게 말합니까?" 이렇게 묻는 사람도 종종 있는데요. 그냥 잘 쓴다고 말하면 됩니다. 만약, 도저히 못 하겠다 싶으면 표현을 바꾸면 됩니다. 


"나는 점점 좋아지고 있어!"

"오늘도 열심히 글을 썼어!"

"이렇게 매일 글을 쓰는 나 자신이 기특하고 대견해!"


어떤 일을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 일단 도전해 보는 자세이고요. 둘째, 꾸준히 계속하는 끈기입니다. 셋째, 비교의 대상을 오직 어제의 '나'로만 생각하는 습관입니다. 이 세 가지 태도와 습관으로 살아가면 '평가하고 평가 받는 인생'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닙니다. A+를 받아야만 좋은 인생이라고 말할 수 없지요. 학창 시절에 그 만큼 점수 받으며 살았으면 됐습니다. 이제 채점하지 마세요. 인생은 시험이 아니라 모험입니다. 도전하고 계속하고 어제의 나보다 성장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사업에 실패하고 무너졌을 때, 저는 매 순간 '이제 난 끝났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다른 사람이 저를 보며 "넌 이제 다 끝났어!"라고 말하는 걸 들을 때마다 폭발하곤 했지요. 참으로 모순입니다. 당장 바꿔야 할 태도입니다. 


첫째, 내가 먼저 나를 인정해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장점과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만, 찾지 못했을 뿐이죠. 내가 가진 좋은 점을 발견하고, 칭찬하고 인정하는 습관부터 가져야 합니다. 


둘째, 다른 사람의 말을 무시할 줄 알아야 합니다. 무조건 남의 말을 못 들은 척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나를 향한 비난과 손가락질은 용납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누가 똥을 던지면 피하는 게 상책이지요. 굳이 그걸 받아들고 냄새 난다고 불평할 이유는 없습니다.


셋째, 삶의 목표를 명확히 정해야 합니다. 중심을 갖고 살아야 흔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의지와 뚝심이 필요합니다. 목적지가 분명한 경우에는 도로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그저 스쳐 지날 뿐이지요. 


넷째, 멀고 높은 목표도 선명해야 하지만 당장 오늘 해야 할 일도 분명해야 합니다. 꿈과 목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전략과 전술입니다. 오늘 내가 하는 일들이 모이고 쌓여서 인생을 만드는 것이지요. 


다섯째, 다른 사람 향해 비난하고 모욕 주는 행위를 절대 삼가야 합니다. 남으로부터 비방 들으면 내 기분 나쁘듯이, 내 말을 듣는 상대방도 기분 상하게 마련입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습니다. 


형편없는 글을 쓸 수도 있습니다. 뭐 어떻습니까? 글 못 쓰면 안 된다는 법 있나요? 글을 잘 못 쓰는데도 꾸준히 계속 쓰는 사람이 최고입니다. 못 쓴다는 이유로 주눅 들어 아예 쓰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습니다. 못 써도 됩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못 쓰는 글을 많이 쓰면 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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