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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Dec 25. 2023

사람들이 자꾸만 선물을 준다

인생은 글감이


좋은 사람들은 제게 기쁨과 행복을 줍니다. 부정적인 사람들은 제게 깨달음을 줍니다. 뒤에서 험담하는 사람들은 제가 앞에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줍니다. 게으르고 나태한 사람들은 제가 잘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느끼게 해줍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저에게 도울 힘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줍니다. 사람들이 자꾸만 제가 선물을 줍니다.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이 모두 못마땅하게 여겨진 때가 있었습니다. 아침에 눈 뜨면 불행 시작, 하루가 우울하고 괴로웠지요. 제 안에 분노와 원망과 미움만 가득했습니다. 시한폭탄을 품고 사는 것과 다르지 않았으니 행복은 그저 꿈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다행히 저는, 본질을 바탕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글 쓰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 삶의 이야기를 통해 다른 사람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핵심이라고 믿었습니다. 어떻게든 좋은 말과 인생 의미와 가치 등을 전해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주변 모든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서 메시지를 찾을 수밖에 없었지요. 


메시지를 찾고자 하는  노력은 그들을 삐딱하게만 보던 제 습관을 모조리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누가 저한테 "바보야!"라고 하면, "다른 사람한테 함부로 바보라고 놀린면 안 됩니다."라는 주제의 글을 쓰면 되었습니다. 바보라는 놀림에 기분 상하기보다, 비슷한 놀림 받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글을 쓰는 데 집중했습니다. 


세상 모든 험한 말과 행동들이 '이은대'를 통과해 메시지로 재탄생하는 겁니다. 과일이든 채소든 곡물이든 무엇을 집어 넣어도 싹 다 갈아서 즙이나 가루가 되는 믹서기. 저는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믹서기가 되기로 한 것이지요. 


때로 좋은 글이 나오기도 하고, 때로 어설픈 메시지가 탄생하기도 합니다. 어떤 글이 나오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 마음의 파도가 많이 가라앉았다는 사실입니다. 건드리면 폭발할 것만 같았던 불안하고 초조한 심리 상태가 기대와 설렘으로 바뀌었습니다. 어떤 말을 들어도, 어떤 상황에 처해도, 어떤 일이 생겨도, 모두 참한 메시지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한 것이지요.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뜯어고칠 수는 없습니다.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통제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어쩔 수 없는 일과 통제할 수 없는 상황과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 받고 힘들어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요. 통제할 수 없다면 변형하면 됩니다. 인정하고 받아들인 후 바꿔버리면 된다는 뜻이지요. 


부부싸움 직후 화가 나고 속상하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전쟁"이라는 제목으로 글 한 편 써 보세요. 글을 쓰고 싶은데 자신이 없다면, "세상에서 가장 못 쓴 글"이라는 제목으로 한 번 써 보길 바랍니다.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았다면, "맨날 혼나는 김과장 이야기"를 쓰면 됩니다. 이별했다면, 그래서 아프다면, "세상에 남자는 많다, 그런데 너만 생각난다"라는 제목으로 글 한 편 써 보세요. 


일상은 글감입니다. 아니, 인생은 글감입니다. 쓰겠다고 보면 전부 글감이고, 괴롭다고 보면 지옥이고, 행복하다 보면 아름답습니다. 작가의 눈은 수천 개의 렌즈를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도 보고, 저렇게도 보고. 그런 과정에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메시지를 정리하는 것이지요.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힘드냐고 묻는다면, 마음 괴로운 것이 가장 힘들다고 답했을 겁니다. 그 만큼 마음 힘들게 살았거든요. 어떻게든 마음이 평화로울 수 있다면 그것이 최고 인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어쩌면 제가 최고 인생을 만났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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