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버리고 자존감 채우기
상상만 해도 마음이 움츠러듭니다. 사람들은 내 글을 읽고 뭐라고 할까요? 와! 멋지다! 글쎄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아마 대부분은 무관심할 테고, 또 일부는 엉망이라며 흉을 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초보 작가 입장에서 독자들 반응 신경 쓰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작가를 포함한 모든 생산자들은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타인들로부터 평가받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일기처럼 평가에서 제외되는 글은 쓰기가 한결 편안합니다. 아무한테도 보여주지 않고 서랍 속에 넣어둔 채 혼자만 보면 되니까 말이죠. 하지만, 세상에 공유하는 글은 어떤 식으로든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게 마련입니다. 인정과 칭찬 받고 싶은 마음 인지상정이겠지요.
10년 넘게 매일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았습니다. 그들이 내 글을 읽고 좋은 반응 보이길 기대했지요. 그러다보니 한 줄 쓰기가 힘겨웠습니다. 썼다 지우고, 또 썼다 지우길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쓰는 동안 제 글쓰기 실력이 늘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거든요. 오히려 자신감 잃고 쓰기 싫어지고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회의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두 가지 질문을 찾았습니다. 이 질문을 통해 글 쓰는 태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었지요. 첫째, "나는 내 글을 어떻게 보는가?"입니다. 둘째, "지금 쓰는 글이 이전에 쓴 글보다 나은 점은 무엇인가?"입니다.
자존심이란 말이 있고, 자존감이란 표현이 있습니다. 글을 쓸 때는 자존심보다 자존감에 무게를 두어야 합니다. 그래야 꾸준히 오래 즐기면서 행복하게 글을 쓸 수가 있습니다.
자존심이란, 내가 보는 나보다 남이 보는 내가 더 중요하다고 느끼는 감정입니다. 인정과 칭찬 받고 싶고, 좋은 말 듣고 싶고,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더 낫기를 기대하는 마음이지요.
자존감이라, 남이 보는 나보다 내가 보는 내가 더 중요하다고 느끼는 감정입니다. 남들이야 뭐라고 하든, 스스로 만족하고 감사하고 행복하다 느끼는 마음이지요.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나와 비교하여 점점 나아지는 모습에 만족하고 스스로를 인정하는 감정입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부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각자의 생각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고 보는 눈이 다릅니다. 철학도, 가치관도, 성향도, 교육 받은 정도도, 살아온 경험도 모두 다르지요. 그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결과물은 창조할 수도 없으며, 그런 건 애초에 있지도 않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내가 글을 써서 누군가를 만족시켰다 한들, 또 다른 이들은 필시 내 글을 비난하고 흉 볼 거라는 뜻입니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고 실력 발휘를 하더라도, 세상에는 내 글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글을 쓴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에 매달리는 것과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감정이라 하더라도 의지를 갖고 마음을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어제보다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글을 보고 뭐라고 할까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당신은 자신의 글을 어떻게 생각합니까?"라고 물었을 때, 명확하게 답하는 사람 아직 본 적 없습니다. 그 만큼 사람들은 자신의 주관이나 가치관보다 다른 사람들 시선에 더 신경을 쓰며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남이 내 글을 좋게 평가하면 우쭐하며 자만에 빠지고, 그들이 내 글을 나쁘게 평가하면 자괴감에 빠지고 실망하며 위축됩니다. 모든 통제권을 타인에게 넘겨주었으니 주도적 인생을 살기가 어렵지요. 좋은 평가보다는 나쁜 평가를 받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에 삶이 우울하고 불행해집니다.
행복한 마음으로 즐기면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존심 버리고 자존감 갖춰야 합니다. 정답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지난 10년간 글을 쓰면서 나름 정리한 저만의 방식이 있습니다. 몇 가지 공유해 봅니다. 초보 작가들에게 도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첫째, 자기 확신이 우선입니다. 그 누구보다 자신을 믿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은 성취 경험을 자주 쌓아야 하는데요. 매일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가장 쉽고 빠른 방법입니다.
둘째, 솔직해야 합니다. 많은 이들이 글을 솔직하게 쓴다고 착각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솔직하게'란 감정이 아니라 팩트입니다. 감정은 시시각각 변화합니다. 기쁘다, 좋다, 행복하다, 우울하다 등 감정의 직접적 표현은 삼가하고, 육하원칙에 따라 보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쓰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셋째, 글을 못 쓴다고 해서 자신을 '글을 못 쓰는 사람'이라고 정의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는 단지 오늘 이 순간 글을 좀 못 쓸 뿐입니다. 연습과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나아질 수 있습니다. 순간의 부족함과 모자람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연결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되겠지요.
넷째, 자신의 못난 점도 기꺼이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초보 작가들의 글을 보면, 은근히 "모든 것이 좋다!"는 식으로 마무리하는 경우 많은데요. 글은 곧 인생입니다. 모든 게 좋아지는 때는 거의 없습니다. 문제는 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정하고 살아간다는 의미의 마무리가 중요합니다.
다섯째, 최고가 아니라 최선을 추구해야 합니다. 끝내주는 글을 쓰겠다가 아니라, 오늘도 글을 쓰겠다여야 합니다. 베스트셀러를 쓰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베스트라이프를 살아가는 것을 목적으로 삼아야 합니다.
세상에는 나보다 글 잘 쓰는 사람 천지입니다. 세상에는 나보다 글 못 쓰는 사람도 넘쳐납니다. 그러니, 누구와 비교하면서 더 잘난 글을 쓰겠다 덤비지 말고, 그저 오늘도 가장 '나다운' 글을 쓰겠다는 마음으로 한 줄 한 줄 적어나가면 좋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