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얼굴
책 출간한 작가들 서평 이벤트에 참여하고 도서를 수령한 뒤, 망실된 책이 왔다며 한 권 더 보내달라는 수법으로 신간 도서를 중고로 팔아먹는 인간 있었습니다. 자이언트 작가들 몇몇도 같은 피해를 입었지요. 어렵게 책 출간한 작가들에게 서평 올려준다는 갑질로 그 따위 짓을 하는 인간 용서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름과 전화번호 파악한 후 전화 걸었습니다. 그때 제 입에서 어떤 욕이 나왔는지 기억조차 하기 힘듭니다. 아마 제가 아는 모든 욕설을 연결하여 문장을 만들었을 겁니다. 여자는, 처음에는 아니라고 빠득빠득 우기다가 한참 동안 욕을 얻어먹고 난 후에야 이실직고 했습니다.
사실, 그렇게까지 욕을 할 일은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냥 점잖게 사실여부 밝힌 후 앞으로 그런 일 없도록 주의 바란다 했어도 될 일이죠. 하지만, 제 안에는 독사가 한 마리 있습니다. 도저히 제 상식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짓을 하는 인간에게는 마구 독설을 퍼붓고야 마는 겁니다.
사업 실패하고 돈 문제에 얽혀 가정이며 일이며 인생 전체가 엉망이 된 사람 있었습니다. 과거 제가 비슷한 일 겪었으니, 당연히 저한테 전화를 해서 하소연 하는 거겠죠.
한숨도 쉬고 눈물도 흘리면서 이제 자기는 어째야 하는가 묻습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어떻게든 정신 똑바로 차리고, 모든 사태를 가족과 상의해야 한다고 일렀습니다. 더 없이 냉철해지지 않으면 점점 더 수렁으로 빠지게 될 테니까요.
그런 말을 해주는 동안, 제 목소리는 차분했고 심지어 따뜻하기까지 했습니다. 실패의 고통으로 허우적거릴 때, 제게는 아무도 따뜻한 말 한 마디 해주지 않았거든요. 정말이지 위로 같은 위로 받아 본 적 없습니다. 제가 잘못 산 탓이겠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꼴 좋다!"는 말을 들었으니 견딜 수가 있었겠습니까.
저는 독설을 내뱉는 사람입니다. 저는 따뜻한 위로를 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이 외에도 제 안에는 천 개의 얼굴이 있습니다. 환경과 상황, 사람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는 것이죠.
저뿐만 아닙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전혀 다른 얼굴이 있습니다. 화를 낼 때도 있고, 참고 견딜 때도 있으며, 가시 같은 말을 할 때도 있고, 기대고 싶을 만큼 넉넉한 마음 표현할 때도 많습니다. 딱 한 가지 얼굴로만 살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때와 장소, 사건, 사람에 따라 다양한 성격과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이죠.
그럼에도 종종 자신이나 타인을 어느 한 가지 면으로만 평가하고 분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 사람은 불친절해!", "저 사람은 좀 이상해!", "저 사람은 말을 함부로 해!"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내가 보는 내 모습, 내가 보는 타인의 모습. 과연 그것이 전부일까요?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을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그 평가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반평생 살아 보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판단하고 평가한 그 사람이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초보 작가 중에는 "저는 글을 잘 못 써요"라고 말하는 사람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저 말을 바꾸면, "저는 글을 잘 못 쓰는 사람입니다"가 됩니다. 세상에 '글 못 쓰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런 사람 정의가 존재하기나 한가요?
오늘 쓴 글이 부족할 수는 있겠지요. 그 동안 쓴 글이 싹 다 형편없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사람은 매 순간 변화하고 성장하고 달라지는 존재 아니던가요? 지금까지는 못 썼지만, 내일 쓰는 글은 좀 다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오늘 쓴 글이 엉망일 뿐인데 자신을 글 못 쓰는 사람으로 정의하는 습성을 '개인화'라고 부릅니다. 함부로 정의 내리지 말아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진 채 살아갑니다. 어느 한 가지 측면에서 좋다 나쁘다 평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얼룩말을 사냥하는 표범을 보면 아주 날카롭고 무섭고 잔인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당장 뜯어말려 표범을 저 멀리 쫓아버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얼룩말 뒷발에 치여 표범이 멀찌감치 나뒹굴면 좋겠다 바라기도 했지요.
반대로, 사자에게 물어뜯기는 표범을 본 적도 있습니다. 표범은 한없이 약한 모습이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사자 이빨에 뜯기며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지요. 불쌍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때와 장소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떤 사람이든 자기 삶의 자리에서는 나름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내 눈에는 밉상으로 보여도, 그 사람 집에 가면 귀한 아들이요 귀한 남편이요 귀한 아빠인 것이죠.
저도 사람 많이 미워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요. 시간 지나고 나니까 내가 그 사람을 왜 미워했는가 기억조차 나질 않습니다. 증오심 때문에 저만 힘들어한 셈입니다.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측은지심 가지고 사람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 책쓰기 무료특강 : 9/27(금) 오전&야간
- 신청서 : https://forms.gle/9AYpTX1JZfwDhQk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