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어렸을 적에 누가 나를 보며 못생겼다고 했다. 키도 작고 옷도 잘 못 입는다며 놀렸다. 그 사람과 스칠 만한 때가 있으면, 나는 거울을 한 번 더 들여다보고 옷도 참하게 입으려고 노력했다. 다른 누구도 나를 보며 못생겼다거나 키가 작다거나 옷을 잘 못 입는다고 놀린 적 없었지만, 오직 그 한 사람의 말에 나는 '노력'이란 걸 했던 거다.
뭔가 달라졌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그는 여전히 나에게 못생겼다 했고, 키도 작가 했으며, 옷을 잘 못 입는다고 놀렸다. 나의 모든 노력은 허사였다. 외모를 바꾸는 것이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이었음을 몰랐던 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노력이 허사가 되는 건 참으로 실망스럽고 절망적인 일이었다.
수많은 일을 겪으며 어른이 되었고, 읽고 쓰는 삶을 업으로 삼은 덕분에 깨달을 수 있었다. 어릴 적 만났던 그 사람이 내게 무슨 말을 어떻게 했든 상관없이,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인생은 흘러간다는 사실을.
나는 썩 잘 생긴 편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글은 제법 쓴다. 하여, 많은 사람이 나의 얼굴보다는 내 글을 본다. SNS에 얼굴 사진 한 장 올리지 않고서도 626명의 작가 배출이라는 신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만약 내가 끝내주게 잘 생겼더라면, 사람들은 내 글보다는 얼굴에 더 관심을 가졌을 거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키도 썩 큰 편 아니다. 참으로 다행이다. 하늘이 무너지면, 키가 큰 사람부터 다칠 거다. 적당해서 안전하다.
옷을 썩 잘 입지 못한다. 편한 걸 더 좋아한다. 옷 고르는 게 귀찮고 시간 낭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 에너지 다 모아서 쓰고 읽는 데에 썼다. 옷에 신경 쓰는 대신 강의자료 만들고 강의하는 데 올인했다. 사람들은 내 옷보다는 강의에 더 관심 많다. 이 또한 다행이다.
어렸을 적에는 그 사람이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줄 알았다. 생긴 걸 얘기하고 키를 말하고 옷을 지적하는 것이 그만의 사랑 표현인 줄 착각했다. 전혀 아니었다. 그 사람은 그냥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다. 그런 사람 비위에 맞추기 위해 나름 노력했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평가가 아니다.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오직 이 사실만이 자존감과 직결되고, 오직 그것만이 내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
세상 모든 사람은 나름의 강점과 단점을 안고 살아간다.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가? 단연코 강점이다. 그래야 나 자신을 존중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해야 어깨 펴고 살아갈 수 있다. 열등감이나 부정적 성향을 가진 이들은 자신의 단점을 주로 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볼 때도 단점만 주시한다. 그들의 잘못된 시각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실수하고 실패하고 잘못할 때는 나 자신이 싫어지고 심지어 혐오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럴 때조차도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것. 그리고, 실수와 실패와 잘못을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점.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거나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행위가 바람직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그런 마음이나 태도가 자신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내가 나를 증오한다 하여 무엇이 달라지는가. 세상과 인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며, 자기 인생이 초라하고 보잘 것 없이 여겨질 터다. 점점 더 나빠진다는 소리다.
습성을 바꾼다는 건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도전하고 시도하고 끝도 없이 노력해야 한다. 오직 하나뿐인 세상 가장 소중한 존재인 나를 대하는 방식. 그것이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행복과 평온을 가져다주는 핵심 요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업 실패하고 무너졌을 때, 나는 나 자신이 어리석고 못났다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매일 술만 퍼마시며 속으로 '나는 실패자!'라고 매일 외쳤다. 나와 내 삶이 엉망이다 싶으니까 눈에 보이는 다른 모든 사람의 인생도 다 꼴보기 싫었다. 싸움을 걸고, 얻어맞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신세한탄하며 울기를 반복했다.
감옥에서는 술을 마실 수 없었다. 하루하루 정신이 맑아졌다. 남들은 감옥에서 멘탈 다 무너졌다는데, 나는 오히려 그 안에서 나와 내 인생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할 수 있었다. 매일 책 읽고 글 쓴 덕분이다.
그리고 결심했다. 두 번 다시 나와 내 인생을 업신여기지 않기로. 어느 순간에 실수하고 실패하고 잘못했다 하여 내 존재 가치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나는 여전히 위대하고 소중하며 살아갈 가치가 있는 존재이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남은 인생에서는 나에게 미안한 일 절대 없도록 살겠다는 다짐을 수도 없이 했다.
꿈과 목표를 가진 이를 많이 만났다. 그들은 새벽 기상을 했고, 필사도 했고, 책도 읽었고, 글도 썼으며, 매일 운동도 하고 명상도 했다. 그토록 열심히 살면서도, 그들은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그들에게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만 늘어놓았다. 마치 과거 나를 보는 듯했다.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그 이유들이 워낙 논리정연하고 분명해서 더 이상 뭐라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문제는 바로 그거다.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이유가 분명하듯, 자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또한 넘쳐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생각은 방향이다. 어느 쪽으로 생각하는가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새벽 기상과 독서를 백날 하는 것보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 이유 백 가지를 찾는 것이 더 나은 삶을 위한 훨씬 효과적인 행위이다.
"저는 잘난 게 하나도 없는데요."
아직도 생각 습관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이유는 내게 잘난 점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그냥 내가 나라서. 나란 존재가 지금 여기 존재하기 때문에. 그래서 보고 듣고 경험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소중한 거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건 자식에게 무슨 잘난 점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내 어머니와 아버지는 내가 죄 짓고 감옥에 수감되었을 때도 변함없이 나를 사랑하셨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데에는 조건이 없어야 한다.
나의 잘난 점을 찾아 사랑하겠다는 생각을 접고, 일단 사랑부터 한 다음에 좋은 점을 떠올려야 한다. 사랑에 빠지면 싹 다 좋아 보인다. 무조건 자신을 사랑하라! 이것이 인생에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얼마나 엄청난 자존감을 형성하며, 얼마나 살 맛 나는 하루를 만드는지 꼭 체험해 보길 바란다. 전과자 파산자 알코올 중독자 막노동꾼이 전혀 다른 삶을 만난 동력이기도 하다.
목표 세우고 도전하는 인생도 중요하고, 인간관계도 중요하며, 자기계발도 필요하다. 그러나, 더 나은 삶을 향한 이 모든 것들도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내가 귀한 줄 알아야 남도 귀한 줄 아는 법. 인생을 가꾸고 싶다면 자기부터 안아주어야 한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