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비워야 한다
학창시절에 연애한 적 있습니다. 제가 그녀를 무척이나 좋아했었죠. 사실 그녀는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뭐 그렇다고 싫어하는 것도 아닌, 그저 그런 마음이었지요.
그녀가 어딜 간다고 하면, 저는 종일 집에 앉아 그녀의 연락을 기다렸습니다. 휴대전화도 없던 시절이라 집에서 꼼짝도 않고 전화를 기다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 때쯤이면 전화 오겠지, 점심 시간에는 연락 오겠지, 잠깐이라도 전화하겠지. 끝내 아무 연락 없었지요.
다음 날, 왜 연락 없었냐고 물어 보면 항상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느라 전화할 틈이 없었다'는 거였죠. 일일이 시비를 붙일 수 없었습니다. 어차피 그녀의 마음속에는 제가 차지하는 자리가 별로 크지 않았으니까요.
결론은 이렇습니다.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애가 타고 괴롭습니다. 반면, 마음이 비어 있는 사람은 무엇이 얼마나 잘못되었는가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녀와 저는 결국 헤어지고 말았지요.
어디가 아파서 병원에 가면, 가장 먼저 어디가 무엇 때문에 아프다 그 원인을 알고 싶은 것이 환자의 마음입니다. 작년 5월부터 온몸에 통증이 시작되어 죽고 싶을 만큼 괴로운 시간 보냈습니다. 최근에 또 같은 증상으로 몸이 아파 간단하게나마 수술까지 했네요.
그럼에도 아직 이렇다 할 정확한 병명조차 못 알아내고 있습니다. 유명하다는 병원 죄다 뒤졌는데도 속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제 병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뭔가를 기다린다는 마음은 참으로 애달프고 서럽고 아프기까지 합니다. 저는 평생을 살면서 누군가를 기다린 시간보다 다른 사람을 기다리게 한 시간이 훨씬 많습니다. 인생 절반을 넘기면서, 이제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거겠지요.
제 담담의사가 응급실에 머무는 날이라, 오늘은 종일 병원에 있을 예정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푹 좀 쉬려고 합니다. 이제는 그만 기다리고 싶습니다. 모든 마음을 내려놓고 봄이 왔다는 사실만 느끼 보려 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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