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와 분노를 없애고 기쁘고 가벼운 인생으로
즐겁고 편안할 때는 누구나 '긍정' 합니다. 마음이 세상 좋을 때 긍정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진짜 긍정은, 힘들고 괴로운 순간에 필요합니다. 삶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듯하고, 한 발짝도 더 떼지 못하겠다 싶을 때, 그런 때에 긍정의 태도가 위력을 발산하는 것이지요.
사랑도 우정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내 몸과 마음 편안하고, 즐겁고 유쾌할 때는 다들 사랑하고 의리 지킵니다. 문제는, 내 삶이 위태롭고 흔들릴 때에도 사랑과 우정을 지킬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도전도 다르지 않습니다. 컨디션 좋고 행복할 때에야 다들 열정 뜨겁지요. 속상하고 화가 나고 우울할 때, 그런 날에도 변함없이 도전을 지속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성과를 결정짓습니다.
저는 제 인생을 저주했습니다. 사업 실패하고, 전과자 파산자 되어서, 알코올 중독에 걸리고, 막노동판을 전전하다가, 급기야 암에까지 걸려버린 인생. 무엇 하나 내세울 게 없었던 치욕스러운 삶을, 저는 증오하고 탓하고 거부했습니다.
인생이 친구라면, 저는 아마 백 번도 넘게 절교했을 겁니다.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치는 것조차 치를 떨 정도로, 저는 제 인생을 싫어했습니다. 다시 태어난다면, 저 같은 사람의 인생은 두 번 다시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싸움을 하고 나면, 누군가를 향한 증오심과 복수심에 불타오르면, 마음이 참 불편하고 괴롭습니다. 상대방을 향한 악한 감정을 품으면, 자신의 마음이 가장 먼처 상처를 입습니다. 제 인생을 증오하고 거부하는 동안, 가장 힘들고 괴로웠던 사람은 바로 저 자신이었습니다.
초보 작가들이 글을 쓰면,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뉘는데요. 하나는, 과거 기쁘고 행복했던 순간을 돌이키며 행복한 마음으로 쓰는 글이고요. 다른 하나는, 아프고 괴롭고 힘들었던 시간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 짓는 글입니다.
평균적으로 보자면, 아무래도 좋았던 기억보다는 나빴던 기억을 주로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뇌가 '좋은 기억'보다는 '나쁜 기억'을 더 오래 더 잘 기억하는 탓이기도 할 겁니다.
힘든 순간에 긍정해야 하듯이, 삶이 위태로울 때 사랑과 우정을 지켜야 하듯이, 컨디션 최악일 때조차 루틴을 지켜내야 하듯이, "과거 나빴던 기억과 화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글"을 쓸 수가 있습니다.
좋았던 일을 좋았다고 쓰고, 나빴던 기억을 나빴다고 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빴던 기억에서 좋은 의미와 가치를 뽑아내는" 정성과 태도입니다. 이러한 노력을 지속해야만, 글쓰기를 통해 삶이 나아지는 경험을 할 수가 있습니다.
글쓰기란, 나의 경험이나 지식 혹은 정보나 노하우 따위를 다른 사람을 위한 가치로 전환하는 작업입니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든, 지금 시점에서 재해석하여 독자를 위한 메시지를 창출하는 것이 글쓰기 최대 관건이지요.
이렇게 본다면, 자신의 인생에서 벌어졌던 모든 나빴던 일들과 화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바로 글쓰기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돌이키고 싶지도 않았던 참혹했던 과거에 제가 손을 내밀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글쓰기 덕분입니다.
자신의 과거와 화해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첫째, 자신의 감정을 평온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고요. 둘째, 어떤 경험이든 다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셋째, 모든 순간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습관을 만들 수 있습니다. 넷째, 자기 삶을 사랑하고 아낄 수 있게 됩니다. 다섯째, 다른 사람 인생도 모두 소중하다는 가치관을 갖게 됩니다.
누구나 안 좋았던 기억을 품은 채 살아갑니다. 잊으려 애쓰고, 부정하고, 회피하고, 거부하면서 말이죠. 그렇게 살면, 마음 한 쪽에 계속 상처와 아픔을 간직할 수밖에 없습니다. 멀쩡하게 사는 것 같아도, 그런 상처와 아픔이 자신을 괴롭히는 걸 막을 수가 없는 것이죠.
이제 그만 화해하면 좋겠습니다.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고, 그때는 그것이 최선인 줄 알았습니다. 시간을 돌려 과거의 나를 만나야 합니다. 그리고 말해 주어야 합니다. "괜찮다, 네 탓이 아니다, 다시 일어서라"라고 말입니다.
과거와 화해해야만 지금을 옳게 살아낼 수 있습니다. 찝찝하고 아프고 괴로운 마음을 간직한 채로 어떻게 오늘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친구랑 싸우고 화해해 본 경험 다들 있을 텐데요. 화해하면, 얼마나 속이 후련하고 마음이 편안해집니까. 바로 그런 기분을, 자신의 과거와 화해하면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글쓰기에 푹 빠져 사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어떤 일을 겪든, 그 사건과 상황에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합니다. 내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주는 의미, 그리고 다른 사람 인생에 도움 줄 수 있는 가치. 그렇게 한 편의 글을 쓰고 나면, 제 마음속 고름을 짜낸 것처럼 후련하고 평온해집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저는 전과자입니다!" 무대에 올라 수많은 청중에게 첫 인사를 과감하게 드릴 수 있었던 이유도, 저의 과거와 기꺼이 화해를 한 덕분이었습니다. 화해를 끝낸 사람의 용기와 당당함입니다. 그래서 삶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것이지요.
저는 사람들이 글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과거 상처와 아픔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이 매일 글을 쓰면서 자신의 과거와 화해하길 바랍니다. 한 번뿐인 인생을 증오와 분노로 갑갑하게 살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