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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첫 문장 시작하는 법, 커피 내리듯

첫 문장에 대한 강박 내려놓기

by 글장이


초보 작가들이 첫 문장을 시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그럴싸하게 쓰고 싶다는 강박 때문입니다. 둘째,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셋째, 첫 문장이 글 한 편을 통째로 좌우한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물론, 한 편의 글에서 첫 문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유야 어떠하든간에 첫 문장을 쓰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입니다.


첫 문장을 써야 다음 문장을 쓸 수 있습니다. 그래야 한 편의 글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글을 다 쓰고 난 후에, 첫 문장을 수정할 기회는 120만 번 있습니다. 얼마든지 고치고 다듬을 수 있다는 얘기죠. 오늘은, 글쓰기 첫 문장을 시작하는 방법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카페에 가서 커피를 주문하는 상황을 떠올려 봅시다. 우선, 어떤 커피를 주문할지 정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컵의 사이즈나 샷 추가 등 옵션도 선택해야 합니다. 주문을 마치면 기다립니다. 커피가 나오면 받아서 제자리로 앉아 커피를 마십니다.


글쓰기 첫 문장을 쓰는 것도 비슷합니다. 첫째, 어떤 글을 쓸 것인가 정해야 합니다. 어떤 글을 쓸지 정하지도 않은 채 첫 문장을 쓰려고 하는 것은, 어떤 커피를 마실지 결정하지도 않은 채 주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둘째, 문장의 톤을 결정해야 합니다. 커피 옵션 주문과 비슷합니다. "인생은 고통입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글과 "오늘 아침 출근길이 유난히 길게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글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옵션 선택에 따라 커피 맛과 양이 다른 것과 같습니다.


셋째, 문장의 길이입니다. 주문과 동시에 커피가 바로 나오면, 이것은 충분히 우려내지 않았거나 다른 사람이 주문한 커피일 가능성 높습니다. 반면, 너무 오래 걸려도 짜증 납니다. "저는 30년 동안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오면서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었지만 결국 제가 원하는 삶을 찾았고 이제 그 경험을 여러분과 나누고자 이 글을 씁니다." 이런 문장은 숨이 찹니다. 반대로 너무 짧으면 맥락이 없습니다. "안녕하세요." 이것만으로는 독자가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넷째, 음미해야 합니다. 뜨거운 커피를 급하게 마시면 입을 델 우려가 있고요. 너무 오래 그냥 두면 다 식어버립니다. 바로 본론으로 급하게 들어가지 말고, 독자에게 말을 걸듯 자연스럽게 시작해야 하고요. 그렇다고 해서 주제에서 벗어난 '수다떨기'도 주의해야 합니다.


다섯째, 완벽한 커피는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완벽한 첫 문장은 없습니다. 일단 쓰고, 나중에 다듬으면 됩니다. 첫 문장에 대한 강박으로 시작조차 못하는 일 절대 없어야 하겠지요.


지난 10년 동안 11권의 개인 저서를 출간했습니다. 제 책을 읽은 독자 중에서, "첫 문장이 마음에 안 들어 바로 덮었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 한 명도 없었습니다. 혹시 자신이 읽은 책 중에서 첫 문장 기억 나는 게 몇 가지나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첫 문장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중요하다는 이유가 쓰기를 주저하란 뜻은 아닙니다. 일단 생각 나는 대로 쓰기 시작합니다. 다 쓰고 난 후에, 첫 문장을 곱씹으며 "주제와 어울리는가, 길이는 적당한가, 뉘앙스는 어떠한가, 급하지는 않은가, 쓸데없는 잡담은 아닌가" 등 나중에 고치고 다듬으면 됩니다.


잘쓰고 싶은 마음이야 누군들 없겠습니까. 허나, 일단 시작하지 않으면 그 어떤 글도 쓸 수가 없습니다. 첫 문장을 제법 잘썼다 하는 작가들도, 처음엔 그저 '일단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썼기 때문에 참한 첫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겁니다.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조금 가벼운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잘써야 한다는 강박, 빨리 끝내야 한다는 조급함, 독자들로부터 사랑받아야 한다는 부담. 이런 마음들이 결국은 펜을 놓게 만듭니다.


학교도 그냥 다녔고, 직장도 그냥 다니고, 친구도 그냥 만나면서, 글쓰기 얘기만 나오면 '잘해야 한다'라는 강박을 가지는 사람 많습니다. 물론, '못써도 그만'이라는 나태한 생각보다야 낫겠지만, 그래도 어쨌든 글을 써야 뭐가 돼도 되지 않겠습니까.


시작의 중요성이 글쓰기만큼 맞아떨어지는 분야도 없을 겁니다. 쓰지 않으면 백지입니다. 잘쓰든 못쓰든, 일단 글을 써야 하얀 종이가 채워집니다. 시작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자기 마음속 이야기를 마음껏 펼쳐놓을 수 있겠지요.


첫 줄을 어떻게 쓰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입과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초보 작가가 쓴 첫 문장과 2년 지난 사람이 쓴 첫 문장. 그 수준이 별로 차이 나지 않습니다. 첫 문장 가지고 시간 끌면 끌수록 자신만 손해입니다. 지금 바로 첫 문장을 쓰길 바랍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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