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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Aug 23. 2023

사람들은 우울하고 슬플 준비를 한다

한숨, 목소리, 그리고 제스처


상담을 요청한다는 문자 메시지나 카톡이 옵니다. 그러면 저는 무슨 일인지 묻습니다. 다시 통화를 원한다는 답장이 오고, 우리는 전화로 상담을 시작합니다. 제가 말을 꺼냅니다. "무슨 일 있습니까?"


바로 이 시점부터가 문제입니다. 바로 직전까지는 서로 안부를 묻고, 점심은 먹었는가 확인하고, 더운 날씨 건강 잘 챙기라며 격려도 합니다. 멀쩡하게 대화를 잘 한다는 소리입니다. 그러다가 "무슨 일 있습니까?"라는 '본격적인' 질문을 던지는 순간, 상대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바뀝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미 슬픕니다. 이미 우울합니다. 이미 충분한 문제거리가 되었습니다. 한숨이 나오고, 목소리는 축 가라앉고, 말투도 서글프게 바뀝니다. 세상 우울함과 슬픔을 다 간직한 사람으로 바뀐 상태. 그러니까, 진짜 문제가 무엇이든 상관 없이 이미 충분히 우울하고 슬픈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죠.


사람들은 슬픈 얘기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슬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음 아픈 얘기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마음 아프고요. 우울한 상황과 원인과 문제점을 꺼내기도 전부터 이미 최악의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인생에는 온갖 일들이 벌어집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사건과 사고가 항상 일어납니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과가 엉망일 수도 있고, 최선을 다했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결실을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나는 잘한다고 했지만 상대의 반응은 시원찮을 수도 있고, 모든 걸 다 내줬지만 배신 당하는 일도 허다하게 일어납니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실제로 100만큼 일어난 상처와 아픔을 느낌과 감정으로 200, 300으로 부풀리는 현상이 수시로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화가 났다"는 정도를 1부터 100까지 나눠 본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숫자로 자신의 화를 기록할 겁니다. 그 중에서 실제 화의 정도를 정확히 표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한숨만 쉬지 않아도 슬픔과 우울함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습관성 한숨은 담배보다 더 해롭습니다. 제가 만난 한숨 쉬는 사람 중에서, 자신이 한숨을 습관적으로 내쉬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사람 거의 없었습니다. 왜 자꾸 한숨을 쉬냐고 지적하면, "내가 언제!"라고 화를 냅니다. 최악의 습관을 정작 자신은 모르고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목소리 톤을 반만 높여도 상처와 아픔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는 사람의 감정을 어둡게 만드는 습성이 있습니다. 스트레스 받았을 때 소리를 꽥 지르면 시원하지요. 산 정상에 올라 야호 크게 외치면 속이 좀 풀립니다. 같은 맥락입니다. 언짢은 일이 있을 때는 의식적으로 목소리 톤을 높여 보세요. 확실히 효과를 볼 겁니다.


어깨를 올리고 허리를 펴고 두 손을 허리에 대고 가슴을 쫘악 열면, 엉망인 것처럼 느꼈던 인생이 뭔가 달라질 것 같다는 기분이 들 겁니다. 감정이 신체 동작을 바꾸기도 하지만, 신체 동작이 감정을 바꾸기도 합니다. 기분이 가라앉을 때마다 벌떡 일어서서 몸을 확 편 상태에서 마구 박수를 쳐 보세요. 순식간에 감정 상태가 달라질 겁니다.


온라인으로 강의합니다. 시작 전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모니터 화면에 로고를 띄운 후 수강생을 기다립니다. 그냥 기다리는 게 아니라, 음악을 틀어 놓고 혼자 춤을 춥니다. 저는 춤을 더럽게 못 추거든요. 몸치도 이런 몸치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혼자 막춤을 신나게 춥니다. 누가 보면 미친놈이라고 할 정도로 별 해괴한 동작을 다 하면서 펄쩍펄쩍 뜁니다.


이렇게 액션을 취하는 이유는 저의 감정 상태를 최고조로 올리기 위함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강의를 시작하면 훨씬 전달력이 좋아집니다. 목소리도 크게 하고, 때로 목탁도 두들겼다가, 머리에 장식도 뒤집어 썼다가, 박수도 치고, 손 동작도 크게 합니다. 내가 스스로 강의에 빠져들어야 수강생들도 강의에 집중할 수가 있겠지요.


목소리, 말투, 억양, 제스처 등등 모든 신체 동작과 반응을 "크고 씩씩하게" 합니다. 저도 일상에서 별 일 다 겪습니다. 속상한 일도 있고 스트레스 받을 때도 많고 우울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강의를 망칠 수는 없지요. 항상 최고의 상태에서 강의하기 위해 기꺼이 미친 놈이 되는 겁니다.


우울하기 위해 애쓰지 마세요. 슬프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폼 잡지 마세요. 동정 구하려는 표정과 제스처 절대로 취하지 마세요. 자신을 작게 만들고, 나 이 만큼 힘드니까 좀 알아주세요 하는 태도는 그야말로 최악입니다.


실제로 우울하다면, "당당하게" 우울하다 말하면 됩니다. 어떤 이유로 슬프다면 그냥 정상적인 목소리와 태도로 "슬프다" 말하면 됩니다. 우울하다 슬프다 말하기도 전부터 오만상 표정 찡그리고 목소리 기어들어가게 만들 필요 전혀 없습니다. 세상은 당신을 동정하지 않습니다. 세상으로부터 동정을 구하려 들 필요조차 없습니다.


힘든 일 있으면 힘들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그 힘든 상황을 기어코 극복하는 자신의 모습을 세상에 보여주세요. 바로 이게 나야! 증명하는 것이죠. 이것이 인생입니다.


목소리 크게 하고 어깨 펴기만 해도 감정 상태는 달라집니다. 불쌍한 사람 되지 마세요. 두려운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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