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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Nov 01. 2023

꿈 같은 대만 여행을 하루 남겨 놓고

대만 여행 에피소드


너무 많이 웃어서 배가 아픕니다. 불과 사흘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정을 담아 피곤하고 지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난 세월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다양한 세상을 보는 것은 모든 순간이 경이였고 감동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왜 여행을 다니고, 또 여행을 권하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대만이라는 나라가 조금은 친숙해졌습니다. 편의점에 가도 바닥에 그어 놓은 붉은 선을 넘지 않고, 지하철 탑승할 때도 하차 라인과 명확히 구분하는 사람들. 우리는 안내하는 택기 기사는 그런 현상이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합니다. 하나는 국민 문화이고, 다른 하나는 '무서운' 벌금 때문이라고 말이죠.  


신호등 대기 시간이 90초 또는 100초인 경우가 많습니다. 뛰는 사람 없습니다. 다들 여유가 있습니다. 도로에는 오토바이가 많고요. 인구가 약 2300만 명이라 하는데, 오토바이 수가 약 1천만 대라고 하니 절반 넘는 가구가 오토바이를 보유하고 이용한다는 결론이지요. 


머리에 바르는 왁스를 하나 사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올리브영' 같은 곳이면 되겠다 싶어 길가에 보이는 가게에 들어갔습니다. 영어나 대만어를 할 줄 모르니 대충 손짓 발짓으로 표현했지요. "왁스!"


점원은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 것 같았습니다. 더 큰 소리로 외쳤지요. "왁스! 헤어 왁스!" 이번에도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세상에! 머리에 바르는 왁스를 모른다고?


"왁스! 헤어왁스! 무스! 스프레이!"

손으로 머리를 만지는 시늉까지 하면서 더 큰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점원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저는 그만 포기해야겠다 싶어 가게를 나왔지요. '올리브영'과 똑같이 생겼는데, 왁스조차 모르다니.


밖에 나와서 간판을 다시 보는데, 이번에는 제 얼굴이 시뻘게졌습니다. 한문으로 적힌 상품들이 즐비하게 진열된 위쪽에 '십자 모양'이 떡하니 박혀 있네요. 약국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약국에 가서 왁스를 찾았던 겁니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소통이 불가했고, 점원은 점원 대로 별 미친놈 다 보겠다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지하철로 약 40분 이동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갑자기 화장실이 급했지요. 40분 동안 참기에는 힘들 것 같아서 지하철 역내에 있는 화장실을 찾았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없길래, 안전요원에게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지하철 화장실은 대부분 '밖으로 나가야' 있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어째야 하나 난감해 하는데, 등 뒤에서 머리가 허연 노인이 말을 걸어옵니다. 어찌 저찌 화장실 찾는다는 내용으로 소통을 했는데, 그 어르신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고민을 해줍니다. 결국은 볼펜으로 영수증 뒷면에 지하철 역 이름 하나를 적어줍니다. 


"여기서 세 정거장만 가면, 인사이드 토일릿을 이용할 수 있다"고, 상세한 설명까지 덧붙여주었습니다. 사람들이 친절하다 정도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생면부지 외국인들에게 자신의 시간을 오래 할애하여 끝까지 책임을 져주는 어르신에게 얼마나 감사하고 감동했는지 모릅니다.


대만 여행 에피소드를 몇 가지 추려 기록으로 남기고자 합니다. 이번 여행은 즐김으로만 끝내지 않을 겁니다. 제게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이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또 다른 세상에 눈을 뜬 계기이기도 합니다. 


이제 마지막 날 여행을 시작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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