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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Nov 07. 2023

주먹 불끈 쥐고? 이 꽉 깨물고?

유연함과 느긋함, 그리고 꾸준함


연말입니다. 새해 목표와 계획 세우는 사람 많습니다.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한 채 살았지만, 새해에는 반드시 달라질 거라고. 부푼 기대와 희망을 품습니다. 곁에 서면 그 열기가 활활 느껴질 정도로 뜨겁습니다.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꽉 깨물지요. 당장이라도 뭔가 이룰 것만 같습니다.


잘 써야겠다는 강박을 내려놓고부터 글을 수월하게 쓸 수 있었습니다. 끝내주는 감동을 주어야 한다는 부담을 없애고 나서야 편안하게 강의할 수 있었습니다. 돈 욕심을 부리지 않고서야 비로소 돈을 벌 수가 있었습니다. 


목표와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에게 초를 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유연함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지요. 중요한 건 '강렬한 다짐'이 아니라 '꾸준한 실행'입니다. 초반에 에너지 다 쓰고 나면 42킬로미터 완주하기 힘듭니다. 편안하게 어깨에 힘 빼고 시작해야 끝까지 달릴 수가 있는 것이죠. 


주먹 불끈 쥐는 사람치고 끝까지 쓰는 사람 없었습니다. 이 꽉 깨무는 사람치고 책 출간하는 사람도 없었고요. 각오와 다짐과 결심을 하느라 힘을 다 써버렸기 때문에, 사흘만 지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꽁무니를 빼고 맙니다. 왜 그렇게 빨리 포기하느냐고 물으면, "도저히 못하겠다"고 답합니다. 뭘 얼마나 했다고 '도저히'라는 표현까지 쓰는 걸까요. 시작도 하기 전부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쓴 탓입니다.


반면, 아무런 설레발도 없이 묵묵히 시작하는 이들은 기어코 끝장을 봅니다. 그들의 에너지는 항상 일정량을 유지합니다. 좋다고 방방 뛰지도 않고, 어렵고 힘들다고 쉽게 좌절하거나 절망하지도 않습니다. 강물에 비유할 만합니다. 매일 꾸준히, 흔들리지 않고 계속 나아갑니다. 


'시작'은 중요합니다. 허나, '시작에만' 강세를 두는 것은 작심삼일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영어공부, 글쓰기, 운동, 미라클모닝, 독서 등 많은 분야에서 중도 포기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은 시작이 너무 뜨겁기 때문입니다. 


성과를 손에 쥐려면 손을 펼쳐야 합니다. 열매를 입에 넣으려면 입을 벌려야 하고요. 주먹 꽉 쥐고 이 꽉 깨물고 있으면 아무런 결실도 얻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그들의 열정을 대단하다며 응원하지만, 우리가 진정 응원해야 할 사람들은 소리 없이 전진하는 이들이죠. 


묵묵히 계속 뛰는 사람, 결승선을 통과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박수 받아 마땅합니다. 출발선에서 폴짝폴짝 뛰는 사람들은 아직 샴페인을 터트릴 때가 아니란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시작이 반이다? 아니죠. 시작은 시작일 뿐입니다. 시작하는 데에도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지만, 계속하지 않는 시작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저는 강의할 때 다이어리를 자주 예로 듭니다. 이맘때 즈음이면 다들 다이어리 새로 사는데요. 석 달도 채 쓰지 않을 다이어리를 왜 구입하는지 자신을 냉철하게 돌아보아야 합니다. 집안 구석구석 처박혀 있는 작년 재작년 다이어리 뽑아다가 빈 부분만 다 모아 붙여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각성한다는 의미에서, 올해는 다이어리 직접 만들어 사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헬스클럽 가면 어깨에 힘을 빼라고 합니다. 시험 보기 전에는 긴장을 풀라고 하지요. 시련과 고난 마주할 때면 마음 느긋하게 먹으라고 합니다. 어떤 일이든 바짝 긴장한 상태에서는 제대로 성과를 낼 수가 없습니다. 시작하는 태도가 '똥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습관성 목표와 습관성 계획을 세우는 사람 많습니다. 연말이 되었으니 으레 새해 목표와 계획을 세우는 것이죠. 아무 의미 없습니다.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딱 한 가지만 제대로 해내겠다는 마음 하나로 충분합니다. 어떻게 사람이 불과 일 년만에 열 가지 스무 가지 목표를 달성한다는 말인지 납득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N잡러 시대라지만, 자신의 능력을 직시하는 것도 꼭 필요한 인생 노하우란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3년째 한 가지 목표만 세우고 있습니다. 내년 목표도 똑같이 잡으려 합니다. "일기 쓰기"입니다. 나름의 규칙이 있습니다. A5용지 크기의 일기장을 장만하고, 첫 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매일 채우는 것이죠. 쓸 내용이 많아도 한 페이지에서 끝내고, 쓸 내용이 없어도 한 페이지 무조건 채웁니다. 지난 2년 목표 달성했고, 올 해도 달성 가능성 100%입니다. 내년에도 같은 목표를 세우고 실행할 겁니다. 매일 일기를 쓰겠다는 목표를 잡고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그 외 많은 일들까지 잘 해낼 수 있었습니다.


목표와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소리가 아니지요. 일단 목표를 세웠으면, 적어도 일 년 동안은 그 목표를 향해 멈춤 없이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겁니다. 1월에만 실행하고 포기할 연간 목표를 세우느라 몇 날 며칠 고민하고 연구하는 시간과 에너지 낭비는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려 합니다. 오늘이 11월 7일입니다. 아직 두 달 가까운 시간이 훤하게 남아 있습니다. 책 한 권 초고 쓰고도 남을 시간입니다. 벌써부터 생각이 내년으로 넘어가 있는 사람 종종 보는데요. 올 해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내년 1월 1일부터 확 달라질 수 있겠습니까. 


마지막 하루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오늘과 지금'을 살아냈으면 좋겠습니다. 하루가 별 것 아닌 것 같지요? 감옥에 있는 사람한테 출소 날짜 하루 앞당겨준다고 하면 아마 눈물 쏟아내며 감사 인사를 할 겁니다. 출소 날짜 하루 연기한다고 하면 아마 칼 들고 달려들 겁니다. 하루는 충분합니다. 하루는 소중합니다. 목표와 계획도 중요하겠지만, 오늘을 충실히 살아내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목표와 계획도 좀 편안하게 세우길 바랍니다. 마음 여유를 갖고, 그저 조금씩이라도 매일 실천하겠다는 정도면 충분할 테지요. 유연함과 느긋함이, 그리고 꾸준함이 결국 완성과 성공을 만듭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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