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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시민 Jun 02. 2024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오늘을 살아가라.


삶은 흐른다. 지나쳐가고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걸 알면서도 내일이 다시 올 것처럼 살아간다. 모든 인간들은 어제의 실수를 잊고 오늘의 삶을 지나치고 내일을 기약한다. 마치 영원한 것처럼.


하지만 내일은 없다. 오늘만 있을 뿐이다. 당장의 오늘만 있을 뿐임에도 지나친다. 나 역시도, 오늘 하루를 잘 살았는가? 물으면 답을 할 수 없다. 


집에 가스 불을 제대로 끄고 나왔는지부터 걱정해야 하고 고데기 불은 껐는지 혹시 까먹고 지나친 것들이 없는지 계속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과거를 되살핀다. 나의 실수를 바라보고 불확신 한 삶 속에 살아간다. 눈앞에 주어진 것은 글을 쓰는 것. 지금 이 순간을 집중하고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인데도 온전히 집중할 수 없다.


매일을 이렇게 살아간다. 내일이 당연히 올 것임을 생각해 오늘을 미룬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일상 속에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기 어렵다. 내일, 내일이면 가능할 거야. 할 수 있는 시간은 무한해. 내일 당장 하는 거야라고 외치지만 이뤄진 행동들은 몇 프로 되지 않는다.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오늘을 살아가라. 


누군가 했던 말일 수도 있고 어느 책의 문장에서 봤던 문장일 수도 있다.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문장.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오늘을 산다는 것이 필요이상으로 절박한 순간에만 와닿는다. 


예를 들면 오늘 어떤 누군가의 강아지가 귀여워서, 지나가던 길고양이가 귀여워서 아는 체를 했다가 물리는 봉변을 당한다. 일요일이라서 당장 문 열었을 법한 병원들을 찾아보지만 찾을 수 없다. 약국이라도 희망을 걸어보지만 나오지 않는다. 정신이 나갈 것 같고 인터넷 검색창에 파상풍의 위험성을 미친 듯이 검색하기 시작한다. 내 몸, 괜찮나?


단순히 물렸을 때이더라도 병원을 가서 파상풍 주사를 맞고 괜찮기를 기도 해야 한다. 지나가던 고양이라서, 강아지라서 옮길 수 있는 균들이랑 균들을 다양하게 친절히 알려주는 지식인의 글을 보고 공포에 휩싸인다. 큰일이다. 아는 척하지 말걸. 물리지 않도록 했어야 했는데, 나 괜찮을까? 이 균들 나한테 피해를 주면 어떡하지? 그리고 그 이상의 것들까지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죽음까지 가진 않지만 엇비슷하게 도착한 상상의 나래는 삶에 대한 애정과 활력소를 북돋게 한다. 마치 내일 죽을 것처럼 모든 게 필요하고 소중해지고 나의 몸 지나치게 무신경했던 날들이 반성으로 다가온다. 더 필요한 건 없는지 당장 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얼른 치료부터 하고 내일 병원을 가기 위해 근처 동네 병원을 검색한다. 눈 뜨자마자 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제 누워서는 또 한 번 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온갖 후회와 반성이 몰려온다. 오늘 내가 누군가에게 짜증 부리거나 삶을 너무 당연하게 여긴 것은 아닌지, 나의 안부를 잘 챙겼는지, 삶에 대한 생각을 끝없이 하고 결국 잠에 든다. 이튿날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나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어제의 걱정은 다 지워진다. 아 살았다. 


삶의 태도를 단순한 사건에 의해서 잠시동안 절박해지는 것이 아닌 매일이 진심을 다하며 살아가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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