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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시민 Jun 24. 2024

도서관을 다니기로 했다.

더운 여름날, 에어컨을 켜기에는 6월이라는 숫자가 이른 듯 느껴졌고 더위를 피할 곳은 동네에서 10분 남짓을 걸어가야 하는 도서관뿐이었다. 아침 일찍 출발하면 더위도 짧게 느껴지고 가볍게 운동할 수 있는 거리였다. 문제는 내가 얼마큼 실천하냐는 것이다.


잠깐 도서관을 며칠 다녀본 적이 있었다. 1층 노트북을 자유롭게 사용하며 인터넷을 쓸 수 있는 공간은 어르신들이 90% 자리를 차지하였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어르신들뿐이라서 

살짝 놀랐다. 대단하시다 싶은 마음이 우러났다. 나는 조용하게 키보드 소리만 타닥타닥 울리는 곳을 조금 지나 구석진 곳에 자리 잡았던 기억이 있다. 어르신들께서 뭘 하고 계신지 궁금하여 힐긋 쳐다보면 뉴스를 보시거나, 강의를 들으시거나, 글을 쓰시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나이는 어림잡아도 7-80세는 돼 보이셨을 만큼 머리가 새하얗지만 정정해 보이 신 분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인상 깊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도 나이 들어서 어떤 모습을 갖추고 있을지 궁금해지는 모습이었다.


이번 여름은 무더운 만큼 여럿 모여있는 곳을 택하기로 했다. 집에 혼자 있으면서 지치고 열정이 줄어드는 곳보다 누군가 모여있는 곳을 택하여 하루의 시작을 함께 한다면 나 역시도 책을 더 성의껏 읽고 늘어지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도서관을 다니는 제일 큰 이유는 일단 벌이가 없어졌다 보니 사놓은 책들은 읽어야겠고 더 사고 싶거나 읽고 싶은 책들은 빌려서 읽는 게 낫겠다 싶은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아직도 책장엔 새 책들이 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다른 책들에게 눈길이 갔다. 도서관에 다닐 땐 빌리는 책과 집에 있는 책들을 챙겨가서 적절하게 읽어야 될 듯하다. 


물론 한 책도 하루에 버겁기도 하다. 이해 가지 않는 책들을 붙잡고 있다 보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그럼 살짝 억울해진다. 몇 권을 챙겨가도 1권만 파다 올 경우도 생기고 그냥 훅 넘겨 읽고 오자니 도서관에 간 시간이 아깝기도 하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난감할 때도 있었다.


'독서백편의자현' [책이나 글을 백 번 읽으면 그 뜻이 저절로 이해된다는 뜻으로, 학문을 열심히 탐구하면 뜻한 바를 이룰 수 있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올해 따라 자주 듣게 된 말이다. 독서법을 찾아보며 알게 되었고 독서방법을 알려주는 독서 유튜버들을 통해 알게 된 경우도 있었다. 모두가 말한다. 반복해서 읽으면 이해가 될 것이라고, 또는 이해가 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또 다른 사람은 이해 안 되면 그 순간은 넘겨도 된다고, 한 번 두 번 읽었는데 이해 안 가면 나중에 읽으라고, 그럼 어느 순간 다시 글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사람마다 추구하는 방향과 말이 다를 수 있지만 방법들을 알고 독서를 시작하니 도움이 많이 된다. 예전에는 책이 아까워 줄 한자를 긋지 않고 읽었다. 그리고 다시 찾아 읽는 경우는 드물었다. 정말 마음에 남고 다시 읽고 싶은 책은 5번이고 넘게 읽은 적도 있었다. 그럼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들어와 있는 기분을 느끼기도 하였지만 그런 책을 찾기란 쉽지 않았고 더군다나 흥미가 떨어지는 책을 몇 번이고 붙잡고 있기가 쉽지 않았다. 나의 독서력의 부족이 합쳐져 더 못 읽게 되는 경우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책을 '더럽게' 읽으려고 한다.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들의 책을 보면 다들 더럽게 읽었다. 책이 접혀있고 줄이 그어져 있고 많은 쓰임에 책이 빳빳하지 않고 흐물거린다.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다. 흐물거리는 책이 내가 이 책에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고 애정이 깃들었으며 누구보다도 정성스럽게 읽었다는 것이 눈에 보였고 느껴졌다. 나도 그런 책을 만들고 싶었고 애정을 쏟아붓고 싶게 만들었다. 


한 두권 줄을 긋자 색다른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문장들이 더 주요 깊게 보였고 훑는 기분으로 읽는 것이 아닌 꼼꼼하게 읽고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어떤 부분이 중점적으로 읽혔고 마음에 들었는지 한눈에 들어왔다. 어렵게 느껴지던 책들도 읽으면서 애정이 생겼다. 한 번 더 읽을 열정이 생겨 어렵지만 한 번 더 읽으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이 생겼다. 책을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나도 누군가처럼 책을 정성을 다해서 읽을 태도와 마음이 생겼다는 것에 기쁜 감정이 생겨났다. 이 책을 쓴 작가의 시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고 마음과 행동이 느껴졌다. 그전까진 어쩌면 허투루 읽고 있지 않았나 한다.


가지고 있는 책과 도서관의 책을 잘 조화해서 읽다 보면 또 나만의 책 읽는 방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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