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함

지나친 친절함은 아이의 성장에 방해가 된다.

by 보름달

나는 투박하다. 정이 많지만 겉으로는 툭툭 거리는, 친절함과 거리가 먼 사람이다. 좋은 말로 츤데레라고 하지만 나도 안다. 친절하지 못한 나를. 예민하고 주변을 살피는 마음은 있지만 워낙 급한 성격에 서두르다 보니 설명 없는 강한 어조로 말할 때가 많다. 하다 보면 알겠지 싶은 마음에 설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이해하고 나서 몸을 움직이는 것보다 몸을 움직이면서 스스로 깨달아야 남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생활습관이나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범은 몸으로 충분히 익혀야 습관이 된다.

발달단계를 따져보아도 어린아이일수록 머리보다 몸으로 익혀야 한다. 몸으로 익혀야 하는 시기에 먼저 머리로 이해하고 익히다 보면 머리만 키우는 불균형한 성장을 초래한다. 함께 살기 위해 필요한 '배려'나 '질서'를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그렇다고 아이가 충분히 이해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맞는가. 아니다. 이해되지 않아도 그냥 해야 하는 것이고 습관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습관을 통해 도덕적 태도를 만들고 그거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 보면서 도덕적 가치관을 만들고 수정하는 과정 자체가 성장인데 반대로 설명하고 이해시키려다 보니 잘못된 도덕적 태도가 이미 자리 잡아버린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당연히 지켜야 할 것을 지키고 나서 칭찬을 바라거나 마치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이미 머리로 이해하고 계산하는 것이 먼저인 아이들에게서 볼 수 있다. 이런 아이의 경우, 매번 어떤 일을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빤히 쳐다보며 기다린다. 해야 하는 이유를 빨리 알려달라는 눈빛이다. 본인을 설득시키고 이해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내심이 쥐똥만 한 나는 결국 한마디를 툭 내뱉는다.


"그것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야."

"이해를 하지 못하면 하지 않을 거야?"

"왜 그래야 하는지 혼자 생각해 보지?"


이런 나를 보면 너무 퉁명스럽다고 할 만큼 요즘 부모들은 정말 친절하다. 어떤 행동을 하거나 주변 상황, 사람들에 대해 설명을 많이 한다. 공원이나 공공장소, 대중교통에서 작은 아이에게 끊임없이 설명하는 부모를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떤 부모는 아이가 고집부리다가도 머리로 이해하면 움직인다고 말한다. 설명을 충분히 해주면 된다는 것인데 왠지 그게 부담스럽다. 위기의 상황에서도 이해되지 않으면 안 움직여도 괜찮다는 것인가. 너무 극단적이지만 그게 결국 아이의 좋은 습관을 만들지 못하는데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해시켜야 아이가 행한다는 것은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 많은 부분들에 있어 좋은 변명이 되어줄 것 같다. 이해할 수 없어서 행하지 않았다는데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때서야 비로소 그건 이해하지 않아도 당연히 해야 하는 말과 행동이었다고 할 것인가. 큰 함정이다.


습관은 마땅히 해야 하는 생활 속에 필요한 행동으로 몸에 밸 정도로 꾸준히 해야 만들어진다. 어떤 습관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할 수도 있지만 어떤 것은 그럴 수 없기도 하다. 아이가 이해할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놓칠 수밖에 없는 습관이 있다. 때론 그냥 짧고 힘 있는 지시전달이 더 나을 수 있다. 지시전달이라고 하면 명령처럼 느껴져서 아이를 존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 이런 권위 있는 지시명령은 사회생활에 필요한 규범을 몸에 배게 한다. 때론 이해되지 않아도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공간에서는 해도 되는 것과 하지 않아야 하는 것에 대해 선을 분명히 긋는다. 어렸을 때부터 익혀야 하는 습관은 설득이 아니라 권위가 있는 지시로 만들어진다. 아기였을 때부터 듣던 권위 있는 지시명령은 나중에 아이가 커서 방황할 때 하나의 커다란 바운더리가 되기도 하고 크게 엇나가지 못하게 하는 방어벽이 되기도 한다.


지시명령을 하는 나를 보고 사람들은 아이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안다. 어떤 부분에서는 설명 없이 불친절하게 의무와 책임을 강조하고, 해야 하는 것은 그냥 해야 하는 것이라고 엄하게 말하는 이유를 함께 지내면서 깨닫는다. 존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기 위해 필요한 습관이고 태도라는 것을. 이해하지 않아도 해야 하는 말과 행동, 습관이 있음을 배우고 성장한다. 혼자 고민하면서 만들어가는 습관은 내가 일일이 설명하는 것보다 더 바른 성장을 이끌어낸다.

아이에게 친절하다고 아이를 존중하는 것이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 지나친 친절함은 아이의 바른 습관을 길러주지 않는다. 몸으로 익히고 머리로 이해하면서 성품으로 만들어진다. 아이의 발달단계와 고른 성장을 위해서라도 어떤 부분에서는 덜 친절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keyword
이전 07화단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