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함

비의도적인 행동을 발견하고 인정하면 자기만의 꽃을 피워낸다.

by 보름달

얼마 전, 학교에서 칭찬주간이 있었다. 일주일 동안 가족과 친구, 선생님을 칭찬하고 칭찬 내용을 미션지에 적어 내면 작은 선물을 주는 행사이다. 미션지가 나가면 갑자기 아이들 눈이 빛난다. 나는 어느새 세상 예쁘고 멋지고 잘 가르치는 교사가 되어있다. 착한 것은 기본이고 뭘 입어도 찰떡같이 소화하는 멋쟁이란다. 입에 침을 발랐냐는 질문에, 나의 퉁명스러움에 미션지에 사인을 받으려던 아이들은 쭈삣거린다. 기한 내에 칭찬은 해야 하는데 누굴 어떻게 칭찬해야 하는지 아이들은 어색해한다.


일반적인 칭찬에 회의감을 느끼는 사람이라 칭찬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칭찬을 제대로 해보자고 김경일박사님의 간단한 강의를 보았다. 칭찬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애정을 갖고 관찰해야 한다고 했다. 박사님 강의에서 나온 것처럼 결과가 아닌 과정을 칭찬하려면 지켜보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고 했더니 칭찬을 받고자 하는 아이들도 하는 아이들도 긴장하여 다른 어느 때보다도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다. 관찰하고 관찰당하는 것은 긴장되지만 본인의 행동을 조심하고 또 잘하고자 하는 계기가 되었다. 순진한 녀석들을 보면서 웃음이 비집고 나왔다. 분위기가 너무 좋아 칭찬주간이 길어야 하지 않나 했다. 아이들은 공부한 대로 과정을, 비의도적이지만 툭 튀어나온 선한 행동을 칭찬하고자 애썼다. 귀여운 녀석들을 보면서 몇 해전 제자가 남기고 간 편지 한 구절이 떠올랐다.


'선생님은 저를 늘 긍정해 주셨습니다.'


편지를, 이 문장을 여러 번을 읽었다. 나는 그 아이를 어떻게 긍정했었기에 이런 어마무시하고 찬란한 찬사를 받았을까. 기억을 더듬더듬 올라갔다. 5학년인데도 나보다 훨씬 키도 몸도 컸던 녀석은 늘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안아주었다. 내가 더 많이 받았고 그 녀석이 나를 완전히 긍정해 주었는데 내가 할 말을 되려 해주다니 대단하다. 기회가 되면 그 말을 다시 돌려주고 싶다. 그 녀석에게.

'긍정하다.'라는 문장을 떠올리면 무한한 평온함과 따뜻함이 뭉게뭉게 피어 올린다. 다른 사람은 전혀 몰라주던 나의 한구석을 발견당했을 때, 짚어주면서 깊이 인정해 줄 때 그 구석에서 꽃이 피고 꽃내음이 사방으로 퍼진다. 눈에 쉽게 보이는 부분은 많은 사람이 알아준다. 그러다 보니 그 부분은 더 커지기도 하고 강화된다. 비균형적으로 그 부분만 발달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 자체를 긍정해 주면서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한 아이가 품고 있는 꽃의 싹을 발견해 주면 그 아이는 본인을 사랑하게 된다. 그 힘을 바탕으로 그 꽃을 결국에는 피워낸다. 어쩜 난 아무도 보지 못한 그 아이의 작은 싹을 우연히 보았고 감탄했을지 모른다. 나를 긍정해 준 그 아이 덕분에 나는 긍정해 주는 것이 얼마나 마음을 울리는 일인지 알게 되었다.


칭찬은 늘 어렵다. 어쩜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또는 원하는 칭찬에 대해서 아직도 부정적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에 아이들과 함께 칭찬을 공부하면서 그 사람에 대해 애정을 갖고 지켜보면서 비의도적인 행동에 우연히 묻어나고 드러나는 모습을 인정해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달았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그 사람의 극히 작은 일부이다. 어쩜 가장 중요한 것을 우리는 보지 못하고 산다. 보지 못해서 또 인정해주지 못해서 꽃을 피워내지 못하는 아이도 많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안타까웠다. 우리는 아니 나는 얼마나 그 아이의 숨겨진 꽃을 긍정해주고 있는가. 뭔가 가르쳐야 하고 고쳐주어야 한다는 어리석음에 그 꽃을 꺾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갑자기 뒷머리가 쭈뼛 선다. 칭찬하기 전에 긍정해 주어야겠다. 눈을 크게 뜨고 마음을 열고 봐야 보이고 자세히 오래 봐야 보인다. 가지고 있는 그 자체를 인정해 주고 발견해 주고 긍정해 주어야겠다.

keyword
이전 05화평범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