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집에 답이 있다 1

새 인사, 새 이사

by 예농


나는 현재 두 개의 공동체에 몸담고 있다.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해 선택한 공동육아 협동조합과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서울00초등학교. 올해 교사로 15년 차, 공동육아 협동조합 조합원으로서 4년 차이다. 오로지 교사로 살았던 때는 잘 보이지 않던 학교 안의 불합리한 요소들이 조합원의 눈으로 바라보니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내 머릿속에 물음표가 생겼다.

'학교는 왜 협동조합처럼 운영될 수 없는 걸까?'


2021년 2월 서울00초등학교

교감 선생님이 새로 오셨다. 원래 합리적인 분이신 데다가 올해 첫 교감이 되신 거라, 평교사의 고충을 잘 이해하실 분이라고 몇몇 선생님이 얘기했다. 새 교감 선생님이 오시고 학교에 조금씩 봄이 오고 있다. 작년에는 이루어질 수 없었던 일들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란 조직이나 공동체의 성격을 넘어서기는 어려운 법이다. 업무분장, 다면평가 등 학교의 굵직 굵직한 사안처리는 예전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 교사가 교감이 되면 다시 교사가 될 수 없고, 교감이 교장이 되면, 다시 교감이나 교사가 될 수 없는 직선적이고 피라미드인 현 승진 시스템에서 교감과 교장은 말 그대로 학교 관리자가 될 뿐이다. 개인의 노력으로 바뀔 수 없다. 좋은 교감님이 오셨다한들. 설사 '공자'가 온다한들 그 역시 넘어서기 힘들다. 이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한...

개인의 삶은 근본적으로 공동체의 성격에 좌우된다는 것, 공동체의 성격은 다시 역사적으로 규정되며 역사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물질적 생활 방식과 거기 수반하는 이해 관계에 따라 전개된다...

김종철, 시적 인간과 생태적 인간 (n.p.: 삼인, n.d.), 320

교사들의 승진 방식. 행정업무까지 교사가 떠맡고 있는 학교 업무 체계. 그리고 학교 사회의 수많은 이해관계.


2021년 2월 파란하늘 공동육아 방과후 협동조합

한 해의 가장 중요한 행사, 정기총회가 코로나 19로 인해 ZOOM으로 열렸다. 안건은 '2021 이사회 선출'. 조합원 투표를 통해 남편 튼튼이가 사협(사회적 협동조합) 이사로 선출되었다. 가장 중요한 이사장은 듬직한 선배 조합원인 '탈출'이 맡게 되었다. 남편 튼튼이는 일 년 동안 약 20번 넘는 정기(임시) 이사회에 참가하며 조합의 사협 소위를 꾸려나갔다. 퇴근 후 8시쯤 시작해 자정을 넘어 끝나기 일쑤였다.

이사회 모두가 힘들었겠지만, 가장 힘들었을 사람을 말하라 한다면, 모두들 이사장 '탈출'을 꼽을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한글을 떼서 자기는 아직도 한글 맞춤법을 자주 틀린다는 우스게 농담을 잘하던 탈출. 그가 전체 조합원들에게 공지를 올리기 전, 이사들은 그의 공지글을 사전에 받아 수많은 맞춤법 오타를 찾아 수정하는 게 일이었다고... 느릿느릿하고 다정다정한 말투와 성격으로 아빠 조합원이면서도 엄마 조합원들과의 티타임을 누구보다 즐기는 탈출. 꿈은 혁명가였지만, 세무사가 된 탈출. 지난 일 년 동안 그의 이사장직을 평가한다면, 그는 단연 최고의 이사장이었다. 그런 그가 내년 2월이면, 그의 조합원 별명처럼 이사장직에서 탈출한다. 사협 이사였던 남편 튼튼이도 일반 조합원 신분으로 돌아온다. 그러면 내가 준비하는 우리 집 한끼 식사도 다시 예전처럼 일식 일찬으로 돌아올 것이다.


2021년 8월 서울00초등학교: 뒤틀려지는 인사자문위원회

2학기 시작을 앞두고, 새로운 선생님 두 분이 우리 학교로 발령을 받고 오셨다. 한 선생님은 내가 학년부장으로 있는 1학년 0반 담임 선생님이 되셨고, 다른 한 선생님은 새내기 선생님으로 2학년 0반 담임 선생님이 되셨다. 우리 학교 인사 원칙 상, 1학년 담임교사는 학교 업무를 맡지 않는다. 그런데 1학년 선생님이 학교 업무를 맡게 되었다. 그리고 2학년 새내기 선생님은 그 전 담임 선생님의 업무를 인계받으면 되는데, 그보다 더 많은 학교 업무를 맡게 되었다. 1학년 선생님 상황도 이해되지 않았지만, 내가 더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은 2학년 선생님 상황이었다.

방학 중이라 교감선생님께 전화로 말씀드리고, 개학하자마자 교장 선생님을 만나 뵈었다. 그분들의 대답은 같았다. 그 선생님이 잘하실 것 같아 맡겼다고. 그리고 학교 일을 이렇게 미리 배워두면 좋을 것 같아 맡겼다고...

새내기 교사가 아이들 수업, 생활지도보다 학교 일을 먼저 배워야하는걸까?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지 업무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로 각 학교에 부진아지도, 학습상담 등 기초학력관련 업무가 대폭 늘어났다. 그 일부를 이 새내기 교사에게 맡기려 한 것이다. 게다가 급기야 체육 부장이 맡던 업무까지 떠 넘기려 했다. 인사 변동이 일어나지 않았다면(새내기 교사가 우리 학교로 중간 발령받지 않았다면), 학교 업무 변동이 학기 중에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그분께 이 모든 학교 업무 상황 변동을 인사자문위원회를 거쳤는지 물었다.

그러나 그분이 다시 되물으셨다.

"이게 왜 인사자문위원에서 논의할 일입니까?"


인사자문위원에서 논의할 일이 아니다?


정말이지 개미는 활기가 넘친다니까!
발에 밟히면서 얼마나 법석을 떠는지 봐.

메리 올리버,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시집 '천 개의 아침'>


-----저의 법석은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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