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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낀표 Apr 21. 2023

80일간의 신혼여행, 어디에서 무엇을 할까

걷고 먹고 누워라

삶의 방향키

결혼 2년 차 신혼부부, 쉬지 않아야 할 이유를 들라면 10가지는 들 수 있지만 쉬어야 할 하나의 이유 - 건강을 위해 퇴사를 결심했다.


최소한 3개월 이상 쉬면서 할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아이를 낳을 것인지, 집과 차는 사야 하는지, 커리어는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지… 머릿속에는 수십 가지 고민들이 어질러져있다.


이 고민들은 분명히 내 마음에 꽤 큰 자리를 차지하고 에너지를 갉아먹는다. 하지만 해결할 결심은 좀처럼 서지 않는다. 이건 마치 만성 피로와도 같아서 ‘원래’ 있는 고민이자, ‘누구나‘ 골치 아파하는 관습(혹은 악습)같은 형태로 삶에 자리한다.

 

’원래‘ 혹은 ’누구나‘ 같은 단어들 뒤에 숨어있는 이 고민들은 분명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그리고 깊게 고민해야 할 일임에도 얼렁뚱땅 결정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가쁘게 달려가는 일상의 속도에 휩쓸려 나도 모르는 새에 인생이 저만치 흘러와 있는 것이다.


이때의 문제점은 선택을 할 때의 기준이 ’나‘가 아니라 ‘사람들’이 되는 데 있다.

다시 말하면 내 인생이 나의 선택이 아닌 사회의 평균에 맞춰지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부부의 반골 기질은 이런 형태의 삶에 거부감을 가지게 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사회의 평균 맞추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으로, 우리의 리듬으로 계획하고 결정하고 싶다.

설령 인생 계획대로 되는 것이 없다고 해도, 방향키는 우리가 쥐고 싶다.  



쉴 때 명심할 것

그런 생각의 끝에 휴식을 결정한 것이므로, 우리는 퇴사 후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집에만 있으면 부정적인 생각만 가득할 것임이 분명했다.

처음 며칠, 몇 주는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한 마음이 들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특히 체력이 떨어지면 끝장이라는 것을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경험했다.

꾸준히 운동을 하는 시기에 우리는 싱크대에 쌓인 그릇 때문에 싸운 적이 없다.

하지만 겨울이 되면 운동을 하지 못했고, 떨어진 체력은 싱크대의 설거지 거리로 서로를 비난하게 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삶의 원리이다.


따라서 무엇을 하든 체력이 먼저다. 쉬는 것도 체력이 있어야 한다.


무엇을 하든 체력이 먼저다. 쉬는 것도 체력이 있어야 한다.


그다음으로는 새로운 환경이 필요하다.

익숙한 환경에서 새로운 생각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하는 생각, 즉 평균적인 생각과 속도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인 만큼, 낯선 환경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환경에 자극받으며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


정리하면, 우리는 걱정이 아니라 건강하게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가 필요했다.


걱정이 아니라 건강하게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곳




나는 그런 장소를 알고 있다.

바로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7월의 산티아고 순례길


스페인의 성지 순례길로, 유럽의 여러 지점에서 시작해 스페인의 북서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길이다.

가장 유명한 길은 ’프랑스길‘로, 프랑스의 작은 마을 ’생장 피에드 포흐‘에서 시작해 약 800km를 걷는 길이다.

산티아고 프랑스길의 간략한 지도 - 직접 제작


나는 이미 두 번을 다녀온 곳이고, 앞으로도 계속 가고 싶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산티아고는 건강하게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이다.

첫 번째, 하루에 20~30km씩 걷는 곳이기 때문에 체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약 30일 동안 하는 일은 걷고, 먹고, 자는 것 밖에 없다. 단순한 삶 속에서 깊은 생각을 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

마지막, 다양한 사연의 사람들이 있다. 종교적인 공간이지만, 종교 때문에 걷는 사람들 보다는 저마다의 이유로 길을 걷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다양한 삶의 형태를 볼 수 있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하다.


이런 이유로 아내에게 산티아고 순례길을 권했고, 아내와 함께 길을 걷기로 했다.



두 번째 신혼여행

이번이 우리에게는 실질적인 신혼여행이다.

우리의 첫 번째 신혼여행은 코로나로 인해 제주도로 가게 되었는데,

그 마저도 지진이 나서 3일 만에 돌아와야 했기 때문에 신혼여행을 제대로 다녀오지 않았다는 찜찜함이 있었다.


신혼여행 3일차에 난 지진


그래서 이번 여행을 우리의 두 번째 신혼여행이라고 생각하고,

산티아고를 중심으로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터키 여행을 계획했다.


이번 신혼여행에서 우리가 할 것은 걷고, 먹고, 눕기.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것보다

걸으면서 생각하고, 먹으면서 즐기고, 누워서 쉬는 여행을 하려고 한다.

이번 신혼 여행의 컨셉 - 걷고, 먹고, 눕기


이를테면,

산티아고 800km 걷기

나폴리에서 삼시세끼 피자만 먹기

베르사유 정원에서 누워있기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 우리가 나누는 대화와 생각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한다.

과거의 우리가 했던 생각을 미래의 우리와 공유하고 싶은 마음과 함께 혹시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30대 부부에게 조금이라도 공감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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