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쓸 수 있고, 그릴 수 있다.

우밍이 작가의 "나비탐미기"

by anna

일주일이 이렇게나 빨리 지나가다니.

요즘은 멍 때리는 시간에 어떤 글을 써볼까 고민하다가 글로 써야지 마음먹고는 우선순위에서 늘 밀린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고 남기는 것도 정성이 들어간다(2주일 만에 글 쓰는 게 찜찜해서 해본 변명^^;).


올해 초부터 중국 및 대만 작가들의 책을 읽는 느슨한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이름하여 "꼬꼬무 대만(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만)"이다. 방장님이 책을 정해 주시면 한 달 분량에 맞춰 읽고 댓글로 감명 깊은 문구나 느낀 점을 간단히 남기고 책거리처럼 마지막날 채팅방에 도란도란 모여 각자의 생각들을 공유한다. 여행 1순위에는 대만이 꼭 있을 정도로 대만을 좋아하지만 막상 대만에 대해서는 너무 모르고 있었기에 다양한 장르(소설, 에세이, 교양서 등)의 대만 작가(또는 중국 작가)의 책을 접할 수 있어 나에게는 소소한 즐거운 모임이다. 온라인으로도 이렇게 끈끈함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이번에 함께 읽은 책은 우밍이 작가의 "나비탐미기"이다. 아쉽게도 이 책은 절판되어 동네 도서관에서 상호대차로 겨우 구해서 읽어 볼 수 있었다. 덕분에 2주라는 타이트한 시간에 완독을 해야 했다(도서관 책은 데드라인이 있어서 세월아 네월아 할 수 없다는 뜻밖의 장점이 있다). 제목처럼 이 책은 "나비"를 이토록 자세히 표현한 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세상에 나비 종류가 이렇게나 다채롭구나부터 시작해서 나비 입장에서 자연을 바라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서울숲에 있는 나비정원을 방문하기 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어쩌면 그 장소가 아이들의 호기심과 재미를 위한 공간일 수도 있겠지만 나비의 입장에서는 꽤 행복하지 않을 장소였을 수 있겠구나도 깨닫게 되었다.


나미탐미기에서 유독 암나비 이야기에 더 진지해졌다. 아마도 엄마의 마음은 나비나 인간이나 동일하지 않나 싶다. 암나비들의 생태가 무척이나 신비롭다.

도시로 와서 번식하는 암나비들은 알을 배에 가득 품고 날아다니다가 산란할 곳을 찾지 못하고 기운이 소진되어 죽는다고 한다. 먹이풀을 찾지 못한 채 아무 곳에나 산란한다면 유충들이 굶어 죽을 테니 말이다. 나비들이 대지가 자신들에게 부여한 생존의 터를 그토록 고집스럽게 지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 생존의 터가 이미 인간에 의해 화폐 단위를 통한 사유 가치로 전환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p.67, 죽은 번데기)
암나비는 수학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서 풀잎이 지탱할 수 있는 유충의 개체 수를 정확히 계산해 낼 수 있다고 한다.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전달하는 두려움, 배고픔, 슬픔 등의 신비한 언어를 엄마만이 해독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p.146, 나비 탐미)


작가는 마지막에 꽤 크나큰 울림을 주고 글을 마무리한다.

"누구나 쓸 수 있고, 그릴 수 있다. 모든 탐색과 사색이 이 나비 날개들 위의 연필 선 하나하나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당신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지금 내 주위에 있는 소중한 것들이 모두 나의 끄적임에서 시작할 수 있음을, 나 또한 누구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글을 써 내려갈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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