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e of the Firm" by R. H. Coase
기업이란 무엇인가? 법적으로 정의한다면 그것은 법인격이 인정되는 회사, 즉 상행위나 그 밖의 영리를 목적으로 설립한 법인을 말한다(상법 제169조). 하지만 이러한 정의로는 기업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왜 기업의 크기가 천차만별인지 설명할 수 없다. 그렇다면 기업의 진정한 본성은 무엇인가? Ronald H. Coase는 “The Nature of the Firm” 에서 이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답을 제시한다.
Adam Smith는 1776년 출간된 “The Wealth of Nations”(국부론)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사실 그는, 일반적으로 말해서,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지도 않고, 공공의 이익을 그가 얼마나 촉진하는지도 모른다. 외국 노동보다 본국 노동의 유지를 선호하는 것은 그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고, 노동생산물이 최대의 가치를 갖도록 그 노동을 이끈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다. 이 경우 그는, 다른 많은 경우에서처럼,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서 그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그가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회에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흔히, 그 자신이 진실로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는 경우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그것을 증진시킨다.” [i]
이는 경제주체들이 개인의 이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시장에 참여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경제주체들을 조종한 것처럼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적 자원을 의도적으로 배분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시장은 가격 기구를 통해 상품에 가장 높은 가치를 매기는 사람이 물건을 살 수 있게 하고, 상품을 가장 낮은 가격에 내놓고자 하는 사람이 물건을 팔 수 있게하여 효용을 극대화한다. 따라서 정책입안자가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계획경제체제보다 가격 기구를 통해 자율적으로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는 시장경제체제가 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자율적인 시장을 토대로 성장한 기업은 역설적으로 자율적이지 않다. 기업은 어디에 자원을 알맞게 투입해 상품을 생산할지 계획을 세운다. 이는 자발적으로 형성된 조직이지만 분명 계획경제의 모습을 띈다. 어떻게 이런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일까? Coase는 시장의 거래 비용 때문이라는 답을 제시한다. 현실에서 거래를 할 때 상품의 상대적인 가격을 파악하고 거래 상대방과 교섭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때 거래 비용이 든다. 시장에서 거래비용을 지출하며 거래하는 대신, 서로 모여 기업을 형성해 거래를 내부화했을 때 드는 비용이 거래비용보다 적을 경우 기업이 형성된다. 이때 기업 내부에선 가격 기구 대신 기업가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조정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따라서 기업을 내부화된 거래 관계들의 묶음으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이 무엇인지 답했으니, 이제는 기업의 크기에 관해 논할 차례이다. 기업이 여러 거래 관계들의 집합체라고 한다면, 크기를 무한정 키울 수 있을까? 즉, 시장의 모든 거래 관계를 통합해 기업가라는 조정 기구가 가격 기구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오늘날 현실의 기업들을 살펴보면 실제로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기업이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의 크기를 늘리거나 줄이나, 수많은 기업들이 각자 다양한 크기를 가지고 생산 활동을 하고 있다. 왜 기업은 크기를 무한정 키우지 않는 것인가? Coase는 이에 대해 세 가지 원인을 제시했다. 첫째, 더 많은 거래를 내부화할수록 그 비용이 점차 증가한다. 둘째, 내부화된 거래가 많아질수록 기업가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셋째, 생산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한계적으로 본 상황을 고려해보았을 때, 기업은 거래의 내부화에 드는 비용과 시장에서 거래를 수행하는 데 드는 거래 비용이 같은 수준까지 거래를 내부화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한계적 판단을 통해 결정된 기업의 크기는 기업이 종사하는 산업과 환경 등의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을 것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위와 같은 분석을 통하여 Coase는 기업이 왜 존재하는지, 어째서 기업이 수직적 통합이나 수평적 통합을 통해 크기를 변화시키는지 설명하였다. 고차원적인 수식 혹은 방대한 데이터를 수록하지 않은 논문임에도, 자율적인 시장의 바다에 홀로 떠 있는 계획의 섬이라는 기업의 본성을 명쾌하게 분석한 Coase의 직관력은 감탄할 만하며, 경제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Coase, R.H. (1937) The Nature of the Firm. Economica, 4, 386-405.
[i] Adam Smith, 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김수행역, (서울: 비봉출판사, 2022), 552~55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