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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May 21. 2024

자연은 개나 줘버리라 그래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1년이란 시간이 되기 막바지 즈음에, 나는 남편과 난임센터를 방문했다.


"지금까지 우리대로 노력을 했음에도 안된다는 건 우리 둘 중 어떤 원인이 있지 않을까."


두 번정도 일반 산부인과에서 배란 주기를 받아 시도를 했었지만 실패였고 우린 서로의 건강에 원인이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검사를 하기 위해 난임센터를 방문하게 되었다. 원인이라도 있으면 다른 방법을 찾거나 안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남편과 나의 검사는 시작되었고 나팔관 조영술이라는 검사에서 나는 지옥을 맛봐야 했다. 왜 이렇게까지 고통을 받으며 임신을 해야하는지, 원인을 알면 우리도 임신을 할 수 있게 되는지 만약 임신 자체가 안된다고 하면 어떡하지, 라는 자신감 하락과 함께 마음의 우울감을 느꼈다.


나란히 앉아 결과를 듣게 된 나와 남편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처음으로 들뜬 마음을 내비췄다. 그저 검사뿐이지만 제대로 된 결과를 듣기 전이라 우린 각자 자신의 탓을 하며 원인을 찾으려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도 남편도 전혀 문제될 건 없었고 단지 하나를 꼽자면, 평생 살아가는데는 지장없지만 임신을 위해 필요한 갑상선 수치를 낮춰야 했다. 그래서 처방된 갑상선약을 먹게 되었고 나팔관 조영술을 하면 3개월 정도 확률이 높아진다기에 정상으로 맞춰진 수치를 따라 자연 주기로 배란약을 먹으며 바로 임신 시도를 하게 되었다.


아니네요, 아니네요, 아니네요. 기대는 사라지고 아니라는 저 소리가 담담하게 받아들여질 때, 배란약 덕에 피부까지 뒤집어져 온갖 트러블을 가져온 후에야 나는 포기 선언을 했다. 확률 높다던 3개월이 지나고 그동안 흐릿한 시약선 조차 보지 못했고 피부 자체가 트러블 예민성으로 바뀌자 더는 시도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사실 5인 미만 사업장이라 연차도 없었고 그나마 일주일 중, 반나절 정도 늦게 출근을 하는 덕분에 병원을 다녔지만 내가 갈 수 있는 날은 한정적이었고 병원의 방문 주기를 모조리 맞추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배란약 먹고 난포 터지는 주사 맞고 술도 줄이고 숙제도 열심히 했는데, 임신에 대해 가까이 다가서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차라리 문제라도 있으면 탓이라도 하는데 걸림돌 되는 게 없으니 남는 건 답답함 뿐이었다. 이제서야 간절한 마음이 생겼는데, 건강하다는데 자연 임신이 이루어지는 게 이리 어려울 줄이야. 특히 피부 트러블로 인해 사람을 만나기 싫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남편은 나를 위해 쉼을 권했고 나는 받아들였다. 난임센터 발길을 끊었지만 이미 변한 피부는 착색으로 남으며 돌아오지 않았고 동시에 갑상선 약을 끊어버린 나는 자유로운 생활을 다시 이어가며 마음과 생각을 정리했고 그 무렵, 생각치 못한 일이 발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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