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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May 19. 2024

언제쯤 두 줄을 볼 수 있을까

시약선 조차 없다니

맞벌이와 외벌이의 경제 상황은 확연히 다른 일이었다.


어쩌다 시작된 임신 계획은 1년이 넘도록 아무런 결과도 가져오지 않았고 임신의 유무로 어떠한 일을 하는 것도 1년이란 텀을 넘어 내 경력에 맞게 일을 구하는 것도 내 입장이나 기업 입장이나 곤란할 수 있는 일이기에 쉽사리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늘 꼬리를 다는 건 혹시 이번달은 모르니까, 라는 답도 없는 걱정때문에 더욱더.


하지만 백조로 지냈으면 뭐라도 해야 하는데 내가 달성한 건 없었고 그저 목을 메는 건 임신뿐이었다. 이렇게 쉬었으니 임신이라도 되면 원하던 결과가 나온 셈이니까. 하필 물건을 사면서 돈을 쓰는 즐거움을 깨달아버린 나와 남편은 돈을 버는 족족 쓰기 바빴고 우리의 경제 상황은 갈수록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이대론 안된다고 생각하며 구직을 하던 중에 운좋게 경력에 맞게 일을 구하게 되었고 임신은 또다시 이따금 멀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또 시간이 지나 1년이 지나고, 어느덧 습관처럼 익숙해진 일을 평소와 하고 있을 무렵 숨겨져 있던 임신 생각이 다시 도지기 시작했다. 그 시기에 나와 남편의 지인들이 결혼을 하게 되었고 생각보다 빠르게 아기를 갖고 낳고 하는 모습을 보니 결혼한지 4년차가 되어가는 우리에게도 임신이란 단어가 걱정으로 들어왔다. 이제는 가져야 될 시기가 오지 않았을까. 그럼 일은 어떻게 해야하지. 이번에도 배란테스트기로 시도해볼까.


우리는 서로가 건강할 거라 믿었고 그래서 시도를 많이 하면 자연적으로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재차 임신 계획에 뛰어들었다. 평소 술을 자주 마시는 편이라 술도 줄여보고 커피도 덜 먹어보고 나름대로 횟수도 늘려가며 노력을 했지만 이번달은 설마, 다음달은 설마, 하는 기대감은 매번 무너져내렸다. 막상 본격적인 시도를 해보려고 하니 조바심은 커졌고 임신하면 다니던 일은 바로 그만둬야 되나 할 정도로 무한한 상상 속으로 생각의 나래를 펼쳐갔지만 역시나 나는 시약선이라는 그 흔한 일조차 겪지 못했을 정도로 깔끔한 단호박만 맛보았고 야속하게도 그간의 바람이 아주 허무하게 1년이란 시간을 또 지나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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