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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May 17. 2024

임신, 그거 대체 어떻게 하는 건데

어쩌다 시작된 난임일기

내가 임신을 생각하게 된 건 현재 기준으로 6년 전, 결혼이 시작된 시점부터였다.


남편과 9년이란 긴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게 되었고, 단거리와 장거리를 겸하면서 연애를 지속해오던 우리에게 결혼은 헤어지지 않아도 되고 밤새 붙어있어도 걱정없는 정말 새삼스럽고 신기한 일이었다. 하지만 즐거움은 잠시 뿐, 긴 연애 덕분인지 우리의 생각과 달리 주변에서 생각보다 빠르게 임신에 대해 물었고 원치 않은 조언들과 그들의 경험을 토대로 나의 머릿속은 임신이란 주제가 꽉 차기 시작했다.


우리 지금 임신을 계획해야 할까, 아기를 빨리 가져야 하나?

나는 아직 신혼을 즐기고 싶은데. 술을 좋아하는 나와 남편은 취미도 잘 맞고 취향도 잘 맞아 둘이 노는 것을 너무나 l 좋아하고 정말 잘 논다. 그런 우리가 임신을 하게 되면 술도 같이 못 먹고 평범한 일상 생활이 많이 달라진다고 해서 사실 그 당시엔 그리 바라지도 않았고 제약되는 부분이 많이 생기기에 나의 생각과 주변의 생각이 부딪히곤 했다.


배란 테스트기를 써가며 나름 노력한다고 시도는 했지만 몇 개월동안 혹시 하는 기대감과 아니라는 실망감에 무언의 압박과 의욕 상실이 배로 다가왔고 모든 건 스트레스가 되었기에 나는 솔직하게 임신이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어머님은 처음으로 임신에 대해 조심스레 물으셨고 나는 부정적인 대답을 하고 말았다.


"노력했는데 안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임신하고 싶지 않아요."


어머님은 적잖이 충격을 받으셨는지 더는 말씀이 없으셨다. 하나밖에 없는 며느리니 손주에 대해 관심이 생기시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임에도 행여 내가 부담스러워 할까봐 참고 참으셨다가 처음 물어보셨던 날, 내가 짜증을 내듯이 얘기하니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무척이나 놀라고 결코 심각한 얘기가 아니었는데도 반응이 좋지 않으니 마음도 쓰이셨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더 좋게, 이해하시기 쉽게 말씀을 드렸다면 좋았겠지만 그때의 나는 아기를 갖는 생각조차 무거운 일이었고 간절하게 바라지 않았기에 표현이 어려웠다.


그 이후 주변에서 더는 나에게 임신 얘기를 하는 사람은 없었고 나는 자유롭고 편하게 신혼생활을 즐겼고 맞벌이를 하면서 쓸 것 쓰고 먹을 것 먹고 살면서 부담없이 지냈지만 어쩌다가 내가 일을 그만두게 된 후, 우린 이걸 계기로 임신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1년, 한 번도 두 줄을 본 적없이 임신 계획에 대실패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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