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려 책쓰기
배달의 진짜 의미는 ‘내가 편하려고 우리 집 근처로 오는 것’ 아니던가?
‘배달의 민족’답게, 강의도 배달해주는 나라. 참 교육열 하나는 대단하다.
나는 이동거리 짧은 도서관부터 수소문했다.
아는 지인이 작은 도서관 관장이라 집 근처 도서관을 알아보았고,
아파트에 거주하는 1명이 신청하면 등록해주신다고 했다.
전자책 출판 강의를 열고 싶었지만, 인원도 장소도 쉽지 않았다.
그냥 도서관에서 열리는 수업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끼던 차에,
능력자 분이 ‘배달강좌’를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역시, 원하면 이루어진다!”
그런데… 장소가 봉담.
거리 때문에 신청하려던 배달강좌인데, 이게 무슨 아이러니인가.
배달강좌의 최대 장점인 ‘가까움’이 사라졌다.
결국 포기 선언.
집에서 봉담까지 차로 30분 거리지만,
운전은 나에게 두렵고 무섭고 스트레스다.
카풀로 SOS도 쳤지만, 거리 때문에 단톡방에서 나왔다.
그러던 중 같은 동아리의 병점분이
"태워줄게요"라고 해주셔서 다시 입성!
다만 그분은 바빠서 격주 참석만 가능하다고.
그래, 한 번만 가보고 아니면 그만두자.
첫날, 운전대를 잡는 순간 심장이 쿵쿵.
톨비? “이런.”
주차비? “헐...”
그런데 첫날부터 커피에 간식까지 준비해오신 수강생분.
도서관 수업에선 느낄 수 없는 이 따뜻한 분위기.
병점까지 자전거 타고 가서 카풀 타는 날엔
수다 떨며 웃다 보면 어느새 봉담 도착.
매번 간식을 싸오는 수강생분들… 이 끈끈한 정은 뭐지?
다들 인생 첫 책을 준비하고 있었다.
글도 너무 잘 써서, 초등 글쓰기 수준도 안 되는 나는 일찌감치 포기 선언.
괜히 민폐 아니야? 웃음거리 되지 않을까?
이제 수업이 두 번 남았다.
샘이 수강생 책을 만들고 계신데, 내 이름만 빠져 있다.
“선생님, 제 멱살을 잡아 끌어주세요.”
그 말이 이제서야 뼈에 사무친다.
부랴부랴 자판을 두드리며, 이렇게 한 글자씩 나를 꺼내본다.